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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메간 Nov 12. 2022

혼자 고민한다고 낫는 병이 아니니까

우리, 병원에 가요

 우울이 오랜 시간 지속되다 보면 과거와 현재 상황을 이겨내면 우울이 씻은 듯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취업만 하면 괜찮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괜찮겠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울한 마음을 방치하기 십상이다. 나도 그랬다. 취업을 하면 내 우울함이 다 날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직장인이 된다고 해서 매일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또 우울해지고 예민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조울증 기간 중 경조증도 마찬가지다. 조증처럼 환각, 환상을 보거나 극단적인 충동성이 발현되는 것은 아니고 계속 우울하다 경조증 시기가 되면 갑자기 활발해지고 모든 일에 있어서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드디어 우울증에서 벗어났구나!"하고 우울증이 나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다 시 울증 기간이 오면 경조증 기간에 벌여눟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직도 마음이 힘들지만 정신과에 가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용기 내서 병원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



 "정신과 코드(F코드)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안된다던데?"


정신과를 다니고 나니 이런 질문도 종종 받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없긴 하지만 아직 보험사 중에는 F코드를 진단받으면 가입이 안 되는 곳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 상담만 받거나 소량의 불면증 약 같이 단순 상담은 진료받을 때 이야기하면 Z코드(보건일반상담)로 처리가 가능하다. (진단명이 분명하고 장기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치료는 Z코드 불가) 몇 년씩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조울증, 우울증 등 분명한 F코드여도 정신과 상담은 가족이나 어떠한 기관도 환자의 동의 없이 확인이 불가능하니 안심하고 병원에 가도 된다.   


F코드: 우울증, 불면증, 조울증,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잘환을 일컫는 상병코드
Z코드: 현재 진단 가능한 질환은 없지만 단순 상담 등 보건 서비스를 받을 때 사용하는 코드



"요즘 계속 우울한 데 우울증일까?"

 가끔 목에서 가래가 나온다고 다 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울하다고 전부 우울증이 아니다. 단순한 감정기 복일 수도 있고 여성의 경우 PMS(월경전 증후군)에 의한 증상일 수도 있다. 정신건강에 대해 의심이 드는 시기라면 그만큼 멘털이 약해져 있는 시기인데 그럴수록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


[국가정신건강정보 포털]에 들어가면 유형별로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문항도 10~15문항 정도라서 가볍게 해 볼 수 있는 데 자가검진은 한 달 이상 지속된 증상인지를 생각하며 문항에 체크하면 된다. 처음 병원에 가기 전 우울증 검사를 했을 때 위험등급이 나온 걸 보고 병원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여러분도 몇 개월째 마음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5분만 시간을 내서 자가진단을 해보길 바란다.





 지금도 여러 커뮤니티에는 정신과에 관한 질문과 자신이 우울증, 조울증, 성인 ADHD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병원을 가봐야 하냐는 글이 올라온다. 당연하다. 기침과 고열이 나면 내과에 가고, 어금니가 썩어 물만 마셔도 이가 시리다면 우리는 치과에 간다. 매일 죽고 싶고, 불안하고, 생각이 많아 잠을 설친다면 그것도 병이니 정신과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상담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 아니라면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 정신과 초진만 검사비가 있어서 5만 원 정도 들었고 그 후론 15분 상담 약 2주 치 만 원 정도 냈다. 동네 병원을 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서 정신과에 다닌다고 소문이 날까 두렵다면 나처럼 동네를 벗어나 다른 병원을 찾으면 된다. 의사선생님의 상담스타일이 맘에 안든다면 의논 후 병원을 옮길 수도 있다.


코로나 블루에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뉴스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소식이 이따금씩 전해진다. 4년 사이 정신질환으로 자살시도 후 응급실에 오는 환자는 30% 이상 증가했다.


 정신질환을 혼자서 끙끙 앓으면 언젠가 낫는 병이 아니다. 정신병도 병이니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맘 편하게  병원을 찾고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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