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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Dec 05. 2022

귀촌일기. 16

2022 김장하기

날은 추워지지 김장은 해놔야  맘이 놓일 것 같은데 맘만 급해졌다.

50포기 심었던 배추 중 일부는 죽고 일부는 노란속이 거의 없고

30포기 정도는 김장에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배추 알이 영 실하지가 못하다.

며칠 더 자라면 알이 트실하게 찰까 싶어 기다렸건만....


김장철이 되니 마트에선 배추에서부터 김장재료들이 진열되고

할인 판매까지 하니까 맘이 더 급해졌다.

남들 따라 트실 한 해남배추 3포기를 사다가  좀 이르게 김장 흉내는 내 봤다.

당연  돼지고기 사다 수육도 삶았지~   

배추 포기가 어찌나 큰지 한 포기에 4쪽을 내어도 묵직하더라.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아래 밭  할머니는 무우를 먼저 뽑아 땅에 묻고 짚을 덮어 놓으셨다. 

그리고 배추는 이불을 씌어 단도리 하시는가 싶더니

며느리인지 딸인지 평일인데 배추를 뽑아내더라고~

그러니 어쩌겠어

맘이 또 급해져 속이 덜 차 만지면 몰캉거린 배추 포기를  우리도 뽑아서

겉 잎사귀는 떼내고 손질해 창고에 갖다 놨지.


평일날 틈틈이 김장양념 만들 재료를  밭에서 거둬들인 것 손질하고

일부는 시장에서 사다가 양념을 미리 만들어 놨다.

양념은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배추는 조금씩 뽑아( 3~5포기 정도)

나눠서 김장을 할까 싶었는데

갑자기 추워진 바람에 모두 뽑아  3일 동안 보관해놨으니 어떡하지 싶어

 "ㅇㅇ아빠  김장하는 것 좀 도와줄 수 있어요?"라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 알았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지?" 한다.

웬일?  00아빠가 좀 변했나?  해서 한꺼번에 해 치우기로 했다.


지난주  부부동반 모임에서 만난 남편들 짝지들에게 김장 안부를 물으면서

갈수록 김장하는 것이 힘들어 우짜까(사 먹자니 비싸고, 줄이자니 아쉽고..) 싶다는 걱정을 했다.

서울 사는 S 씨는 

김장할 때  남편이 거의 다 해줘서  크게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남자 힘이라 양념 치대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올해는 절인 배추  10킬로짜리 3박스 주문해 놨다고 

시집간 딸네 것까지 김장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S 씨는 교편생활을 할 때는 주변에서 얻어먹었는데 퇴직하고 노는 신세가 되고 보니

얻어먹기 맘이 불편하더라고  집안일 남편이 잘 도와줘 겁 없이 질렀다 했다.

S 씨 남편이야  넷 중에 가장 와이프에게 배려심이 깊고 여심을 잘 챙기는 사람이니 

역시 ㅅㅎ씨는 다르다고  부러워했더니


창원 사는 Y 씨도 질세라  김장할 땐 당연히 남편이 도와주는 거 아니냐며

20~30포기 혼자서 힘들다고  그이 집에서는

1박2일 날을 잡아 친정에서 4남매 식솔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100여 포기가 넘는 김장을 해서 각자 나눠 들고 온다고 한다.

무거운 거 들고 나르는 거에서부터  양념 치대기는 남자들이 맡아 한단다.

 특히나 남편 ㅈㅎ씨는  수육 삶기도 잘하고 밥도 잘한다네~    

 부럽네 부러워~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고 우리 집 남편과 성향이 비슷한

안양 G 씨의 남편은  어떠신지요? 

"G 씨는 어때요?" 하고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장할 때는 팔을 걷어붙이고 잘 도와준단다.

"오히려 밀양 사는 ㅌㅎ씨가 더 잘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한다.

 모야~~~ 

"우리요?" 

우리는 날 잡아 김장이나 명절 제사 음식을 할 때가 되면 남편은 자기 일 만들기 바쁘다.

집안일 거들기는커녕  내가 종종 거리며 일하다가 남편 시중들 때가 많다.

막걸리 준비해야 하고, 시원한 물 대령해야 하고, 땀이 많이 난다고 목수건 꺼내달라 잔심부름 ...  

손에 양념 잔뜩 묻히고 일하는데 뭐 달라 뭐 달라 하면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모른다.

몇 번 짜증을 낸 적이 있다.  그 후로부터는  조심하기는 하나

집안일 돕는 건 남자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어차피 혼자 할 일이니  

그래서 올해부터는 조금씩 나눠서 서너 차례로 김장을 할까 생각했다.

 

모임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랬다.

다른 집들은 남편들이 김장같이 한다더라 

안양 사는 ㅇㅎ씨도 김장은 팔을 걷어붙인다더라고 좀 놀랍지?

나는 한꺼번에 힘드니까 세 번은 나눠서 해야 할까 봐. 라고 했지.


진짜 그럴 생각이었다.

휴일  배추 절이려고 보니 배추 포기가 작아 세 번 나누어 하기 좀 어중간하고

한꺼번에 끝내기는 힘에 부칠 것 같아  해본 말인데 

쾌히 받아들이니 속으로 '오~ 웬일?' 했다.


순서와 남편이 해야 할 몫을 정해주었다.

먼저 농막에 있는 고무 통을 가져오시고

내가 배추 포기 자를 때  소금물 만들  물을 대야에 채우라고

그리고 내가 배추 소금에 절일 때는  무청과 배추 시래기를

가마솥에 삶아라 했다.

삶다가 무우청 두꺼운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눌렀을 때 말캉하고 으깨지면 건져내 찬물에 담그라고 일러주었다.

이렇게 해서 1차로  배추 절이기


2차로는  절인 배추 건져 씻기이다.

부곡온천 목욕을 다녀오면서 어탕국수로 저녁 외식을 하고 왔다.

남편은 창고 안에 있는  소금물에 담긴 배추를 건져  수돗가에 갖다 주기를 했고

나는 배추 씻기를 ~~  

남편은 주변을 청소하고 2차는 끝.  

둘이서 일을 나눠하니 금방 끝났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하룻밤 물 빠짐을 하고 나서  3차  양념치 대기이다.

양념 치대는 주 작업은 남편이 하고

나는 목이긴 김장 비닐장갑에서 손을  뺐다 넣었다 하며 

양념이 부족한 부분 더 채우고  김치통에 담아 정리를 했다.

마지막으로 무청과 시래기 삶아 물 빠짐 된 것을 먹기 좋게 손질해서

양념이 묻은 대아에 넣고 (대아에 묻은 양념이 아까우니까)

된장과  간 마늘, 멸치가루를 더 추가해서 잘 섞이도록 해 주었다.

그래서  한번 끓일 양만큼 봉지에 담고 냉동고에 보관

시락국 끓일 재료인 것이다. 12봉지 나왔다.


힘을 합치니 이리 쉬운걸~~~

무거운 김치통 옮기는 것도 남편 몫

마무리 청소할 동안 

나는 가뿐한 몸과 마음으로 저녁 준비  

김장김치에 배추전 그리고 수육과 막걸리로 하루 마무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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