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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옥수수 사랑

[나를 살게 하는 맛-3]

by 최담

옥수수가 한창이다. 쑥쑥 자라 겹겹이 쌓인 껍질 속에 고른 치아처럼 촘촘히 자리한 옥수수알은 보기만 해도 알차다. 주변에는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옥수수를 먹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그중에도 단연 최고는 한 작가다. 이때쯤이면 한 작가는 옥수수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늘 보고 싶어 안달이다. 잠시라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곁에 두고 손만 닿으면 꺼내 볼 수 있음에 마냥 행복해한다.


한 작가에겐 어린 시절, 옥수수와 관련된 재미난 추억이 있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옥수수가 먹고 싶어 동네 언니와 서리를 하러 옥수수밭에 들어갔다. 기다랗고 빼곡하게 심어진 옥수수 덕에 조금만 들어가도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 놓고 옥수수를 따려고 한순간,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안 나와?" "안 나오면 들어간다." 어린 한 작가는 잔뜩 겁을 먹고 "언니, 우리 어떻게 해?"라며 언니 옷을 꽉 붙들었다.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있던 언니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더니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작가도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봤다. 멀지 않은 곳에서 지붕에 있는 텔레비전 안테나를 맞추고 있는 중이었다. 높이 솟은 텔레비전 안테나 수신기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화면을 조절하던 상황과 맞물려 묘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옥수수를 먹을 때마다 양념처럼 떠오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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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옥수수가 나 올 때쯤이면 한 작가의 마음은 이미 옥수수밭에 가있다. 오가는 국도변에는 파라솔이나 천막을 치고 옥수수를 직접 삶아 판매하는 곳들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 그렇다고 아무 옥수수나 먹지 않는다. 옥수수를 고르는 기준은 까다롭다.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그 맛에 전문가가 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달짝 지근한 맛이라야 한다. 품종과 색깔은 물론, 삶을 때 어떤 재료로 단맛을 내는지도 정말 중요하다. 단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인 감미료를 넣으면 입도 대지 않는다. 판매하는 곳을 지날 때마다 "ㅇㅇㅇ를 넣었어요?"라고 물어본다.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똑같다. "ㅇㅇㅇ를 안 넣으면 단맛을 낼 수가 없어요." 그럴 때마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그냥 참고 지나친다. 가다가다 어쩔 수 없이 ㅇㅇㅇ를 조금 덜 넣었다고 하면 마지못해 사서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진짜 맛있는 옥수수에 대한 갈망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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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최고의 옥수수를 만났다. 어떤 감미료도 넣지 않고 자연스러운 비법으로 단맛을 낸다. 식감도 비교불가다. 참새가 방앗간 찾듯 옥수수를 찾아 그곳을 가는 일이 마냥 신난다. 옥수수를 파는 분이 갈 때마다 놀란다. "아니 그걸 벌써 다 먹고 또 사러 왔어요."

한 작가에게 옥수수는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이다. 밥 대신 옥수수만 먹고도 살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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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먹을 수 있는 옥수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난다.

옥수수를 먹어서 행복하고 언제든 먹을 수 있어서 즐겁다.

한 작가는 스스로 말한다. "나는 전생에 소였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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