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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지막

그냥 일기

by 수호 Jan 31. 2025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뒤면 2월이다. 2월은 28일까지밖에 없는 달로 아쉬움이 다소 남는 달이다. 관리비도 전세 이자도 더 빨리 내야 하니까.


2025년이 시작하면서 27이 되었다. 만 나이로는 25세. 25세라고 하면 아직 뭔가 한창인 것 같고 대학도 다녀야할 것 같은 나이다. 그런데 27살이라고 하면 뭔가 다르다. 직장에 다녀야 할 것 같고 어떤 누군가는 벌써 사원이 아닌 대리급을 달고 있을 것만 같다. 친척들 사이에선 삼촌으로 자리 잡아 새뱃돈을 줘야할 것만 같고


나는 아직 새뱃돈 더 받고 싶은데.


내 마음이 그렇거나 말거나 열차는 쉬지 않고 올라간다. 설 끝났다고 방심 했지만 열차는 만석이다. 막차임에도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무지하게 많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면 23:30분 정도의 시간인데 사람들은 알아서 집으로 찾아가나 보다.


나는 오늘도 반찬을 한 가득 싣고 올라간다. 그래서 청량리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할 때 힘들다. 5분 정도 부지런히 걸어야 하는데 계단이 생각보다 좀 있다. 그래서 사실 문제다. 걷기만 해도 무거운 짐인데 계단이 있으니까. 이번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좀 찾고 싶은데 막차가 혹시라도 놓칠까 걱정된다.


막차는 뭔가 여유롭다는 내 착각이 있었는데 오늘 겪어보니 아니다. 역귀성길엔 30프로 할인까지 해준다는 코레일이었지만 난 정가에 티켓을 샀다. 심지어 이번엔 마일리지도 없었다. 그전엔 티켓을 어플로 구매하면 마일리지가 5%나 쌓였는데 말이다.


뭐, 쓰다 보니까 와이파이가 끊겼다. 망할 터널. 터널이 문제인지 코레일이 문제인지 열차가 문제인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내 노트북의 와이파이가 끊겼다는 사실이다. 물론 내 노트북의 결함일 수도 있다.


다시 좀 잡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창밖을 봤는데 터널이 아니었다. 모르겠다. 모른다고 생각하니 다시 터널 안이다. 역시 인생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질 않는다. 


단편영화 촬영은 분명히 끝났는데 아직 할 게 많다. 이래서 후반 작업이라는 말이 있구나. 사실 후반 작업은 내가 잘 해본 적이 없다. 편집이야 맡겼고. 뭐, 알아서 되는 줄 알았다. 이렇게 미련한 사람이 연출을 했으니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여러 말들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어렸다. 

어릴수록 받아들이는 것에 힘들 때가 있는 것 같다. 더 발전하려면 수용하고 겸허해야할 텐데.


감독이 왕은 아니지만 여기도 계급이라는 게 있다. 하나씩 밟고 가는 코스가 있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때 연출부 막내였던 사람이 최근 드라마에서 감독이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막내부터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연출을 담당하면 부족한 것들이 보인다. 사실 코스를 밟아도 부족함은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알고 있냐와 모르냐는 분명한 차이일 것이다.


가끔 정말로 감독 놀이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보인다. 돈이 많은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감독 놀이와 비슷한 것 중에는 배우 놀이도 있다. 자기가 연출한 작품의 배우.


사실 잘 할 경우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잘 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연출이 배우를 하면 연출의 자리는 비니까. 그렇다면 조연출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 있지 않다면 엉망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내 와이파이는 왜 아직도 잡히질 않는 걸까. 내 끊긴 와이파이는 꼭 지갑 같다. 무언가 들었던 것 같은데 든 건 없다. 분명 인터넷이 연결되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렇게 와이파이가 잡힐 때까지 일기를 쓴다면 몇 페이지가 나올까. 아, 그 전에 손목이 아프다. 아, 이제 그만 좀 와이파이 좀 잡혀라. 그리고 나도 웹툰 보면서 올라가고 싶다고.


만약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와이파이가 무사히 연결된 것일 거다. 그렇지만 그것이 열차 안에서 잡힌 건진 나도 잘 모르겠다. 약속이란 미래에서 빌려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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