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나의 슬기로운 학원 생활이 끝나면 주말이 기다린다. 주말 동안은 사실 밀린 과제를 하거나(초기화되지만) 일정을 해결한다. 이번 주말의 경우는 공연을 보러 가야 했다. 두산아트센터는 처음 가보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대극장은 또 대극장의 메리트가 있으니까.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객석이 가득했다. 뮤지컬 무대를 할 만큼의 대극장은 아니지만 무대는 정말 컸다. 객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르코 대극장과 비슷했던 스페이스111이었고.
본 공연은 쇼케이스였다. 처음엔 쇼케이스인 척하는 연극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스페이스111에선 또 다른 공연이 올라간다. 당연한 얘기다. 그 다음 작품을 보니 아는 분이 배우로 출연했다. 예종을 나온 형이었는데 연락은 하지 않았고 마음으로만 응원 중이다. 먼 타지에서 한국으로 와서 한국말도 배우기 힘들 텐데 연기까지 한다니, 대단했다.
공연 전에 안국역에 갔다. 푸딩 가게의 체험단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거리도 가까워서 겸사겸사 해결하면 좋을 듯했다. 푸딩 가게는 새로 생긴 곳이었고 명칭도 푸노야. 일본식 이름에 어울리는 일본식 푸딩이었다. 관광객이 많은 안국역에 일본 푸딩 가게가 있다니 뭔가 이질적이었다. 일본에 가서 한식 먹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 날은 토요일인지라 집회가 한창이었다. 헌재가 근처라 그런지 시끄러웠고 골목은 통제 중이었다. 3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거리가 통제되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럴 거면 3번 출구를 막아두지.
본 무대가 오르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서 있었다. 관객들은 질문을 던졌다. 배우와 작가는 질문에 답했고. 사람들은 이것저것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해결되지 않는 건 그것대로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질문자 중에는 한 미대생도 있었다.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같이 온 일행은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말하면서 브리밍스토밍을 하네. 사실 말이 좀 늘어지고 너무 주절주절하긴 했다. 나는 옹호할 마음은 아니었지만 괜히
그래도 작가 입장에선 저런 독자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저렇게까지 진심으로 작품을 봐준 거니까.
금요일엔 대학원 연구 회의에 첫 참여 했었다. 연합 회의라는 말답게 타과도 있었다. 세미나실엔 약 20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대학원생이라기엔 뭔가 어려 보이는 얼굴들이 가득해서 의문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공대의 대단함에 놀랐다. 대학원생이 이렇게 많다니?
하지만 대학원생이 아닌 학부생이었다. 그 중 대학원생은 하나. 뭔가 속은 기분이 든 것 같아서 아쉬웠고 회의는 뭔가 처참했다. 이미 다 아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정도면 여기 참여한 인원들도 아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잘 모르겠다.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학부생이란 얘길 듣고 질문을 삭혔다. 여긴 학부생들의 위한 연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부생을 위한 연구는 즉, 학부생들이 주동적으로 공부하는 환경을 만드는 거였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교수자의 말을 들어봐도 그런 듯했다. 굳이 교수가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유 아닐까 싶었다. 공대 쪽 대학원생도 행정과 후반 작업에만 참여하는 듯했다.
어? 나는 근데 무슨 역할이지?
나의 지도 교수님은 나를 소개했다. 이제 매주마다 내(글쓴이)가 올 거라고 했다.
저요? 할 수 는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아, 가기 싫은데. 대학원 과제만으로도 이미 힘들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금요일마다 여길 와야 하나. 벌써 싫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배울 게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초반이니까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도 교수님의 말에 실망한 건 사실이었다.
최신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최신 기술? 내가 아는 기술일 정도면 최신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공대생들의 기술이 영화과보다 진보적이고 실용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구조가 좀 신기한 것 같았다. 내가 일반적으로 아는 영화 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콘티를 탓하는 제작자? 사실 저 제작자가 어떤 분업인지 궁금했다.
영화는 어쨌든 일반적으로 촬영 감독이 영상을 찍어내니까. 그렇다면 여기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공대생들이 촬영 감독 쯤 되는 걸까 싶었다. 그런데 콘티를 탓하는 걸 보고 뭔가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그 콘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들이 하는 말이 내가 아는 구조와는 좀 다른 듯했으니까.
문창과는 시나리오를 제작하는 형태인 듯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콘티를 만들고 기획을 담당하는 듯했다. 여기서 기획은 일반적인 기획보다 범주가 넓었던 것 같다. 영화의 하이리이트 씬 하나를 만들고 캐릭터도 만들어오는 거였다. 하이라이트 씬을 미드저니를 통해서 만들어 오는 게 놀라웠다. 뭔가 기획의 단계라면 캐릭터, 래퍼런스, 톤앤무드 정도 생각했는데 말이다.
공대(스마트 무슨 과였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친구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영상을 제작하고 완성시키는 듯했다. 제작팀 내지 개발팀이라고 자기들을 일컫는 듯했다. 미대(아마도 시각디자인)도 참여한다고 했는데 후반 작업의 개념인 듯했다.
툴을 사용할 때 2차 인증이 필요했다. 그런데 툴을 사용할 때마다 공대 쪽 박사한테 연락을 취하라고 했다. 벌써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툴을 무슨 예약하고 써야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