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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스위스 토마토 인도인

우영우

by 수호



ge367ea8889ef40cf865a9c3ce31b6819b30deb8a5e5354c5a123ac7fb38c86bb60523dd3cc5.jpg?type=w966 © Alexas_Fotos, 출처 Pixabay



나는 개가 좋다.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우리 댕댕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어떻게 불러도 우리 댕댕이는 나를 좋아한다. 우영우처럼 어떻게 읽어도 상관이 없다.




이상하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엄마랑 같이 보고 싶어진다. 왜일까. 엄마랑 봤던 드라마가 <도깨비>였던 거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니 오래 전이다. 그때 공유님과 이동욱님의 케미를 보며 같이 웃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박은빈님의 연기를 보며 엄마랑 옛날을 떠올리고 싶은 걸까. 그냥 중간중간 나오는 웃음 코드나 유머가 너무 재밌다.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부담도 덜하다.




우영우는 계속해서 고래에 관한 퀴즈를 낸다. 고래에 관한 이야기도 한다. 고래 박사다. 3화에 자폐아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펭하!를 외치던 <빠따너스>의 문정훈님(맞나?)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자폐 장애의 연기를 "네"만으로 표현하다니, 대단했다. 디테일에 놀랐고 많이 배우게 됐다.




3화의 내용에선 자폐아가 서울대 의대에 다니는 형을 죽였다는 오해를 받고 법정에 선다. 그때 나온 요지 중 살펴볼 것은 살아남은 자폐아와 죽은 형의 서울대 의대라는 명성이다. 처음에 부모는 자폐아의 존속보다 형의 명성을 중요시한다. 이는 가족에 대한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변호사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부모에겐 살아있다는 것만큼 자존심이 중요했던 거다.




끝에는 부모의 입장이 바뀐다. 형의 자살을 인정하고 자폐아의 존속을 위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사의 질문이었다. 우영우에게 자페를 들먹이며 심신미약에 대해 언급했다. 자폐아의 살인 행위는 심신미약인데 자폐 변호사의 발언은 심신미약이 아닌가 하는 요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자폐아보다 서울대의대생이 살아남길 바랄지 모른다. 둘의 생명의 경도를 비교하면 서울대 의대생이 위라는 것이다.




댕댕이에겐 그런 게 없다. 주인이 장애가 있든 없든 주인이고 사람이다. 나는 나라는 걸 동물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우린 이 당연한 거에 대해서도 경중을 나눈다. 끝끝내 남과 비교하고 상대하고 그러면서 얻는 게 뭘까. 자존심이 깎여지고 혹은 깍여지는 것에 대해 쾌감이라도 느낄까.




누군가는 나를 안 좋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나를 좋게 볼 텐데

그 단순한 이치에서 우리는 놓치고 간과하는 게 있다.




나는 나인데,

누가 안 좋게 보든 좋게 보든 나는 난데, 왜 자꾸 신경 쓸까.




어려운 걸 아는데도 안타깝다. 어쩌면 어른이 되는 길은 한참 멀었을지 모른다. 댕댕이가 보고 싶은 하루다. 비가 종일 내리는 탓에 못 봤다. 고양이는 가끔 보는데 말이다. 부드러운 털을 손으로 만지고 싶은데 남의 집 댕댕이를 함부로 말진 순 없다. 우영의 말처럼 회사에서 고래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앞으로 댕댕이 얘긴 금지해야겠다. 보고 싶다.




세상엔 둥글게 커지는 것들이 많아요

물웅덩이는 테두리를 멀리 던져놓고 참방거리죠

혈관을 동그랗게 말아서 컵받침을 만들고 있는 엄마

시작이 없으니 끝도 없고요

나도 이런 식으로 태어났겠죠

난데없이




위의 다른 글씨체는 제40해 만해백일장 대상을 받은 작품의 발췌 부분이다. 세상엔 진짜 대단한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과 비교하면 안 된다. 주눅이 들기 때문이다. 우영우 때문인가, 자꾸 따라하고 싶어진다. 아까도 '주눅이 들기 때문이죠'라고 쓸 뻔했다. 자꾸 딴 데로 센다. 다시 돌아와서, 시의 첫 연을 읽고 나도 모르게 와, 소리가 났다. 특히 '나도 이런 식으로 태어났겠죠' 부분에서 말이다. 빌드업이 이렇게 잘 되니, 대상을 받지. 요즘도 만해는 대통령상을 주는지 모르겠다. 몇 천 명이 모여들었던 기억이 난다. 만해 대통령상과 대산 청소년문학상 그 두 개를 갖고 있으면 경희대 히든패스라나 뭐라나.




내일 만해 백일장이다. 기대를 할 순 없고 그냥 간만에 백일장 친구 만나는데 의의를 둔다. 하필 오늘 피부과를 갔다 와서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냥 가서 옛날 향수에 빠져서 허우적대지말고 뭐든 끄적이고 왔으면 좋겠다.






57_26031139_poster_image_1654166658693.jpg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유인식출연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임성재, 진경방송2022,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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