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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

잡담

by Zero

요즘 제가 일하는 곳에 관리 차원에서 현수막을 많이 설치합니다. 예를 들어 불법주차를 하지 말라는 둥 개와 동반 시 개목줄을 꼭 착용하라는 둥의 현수막이요. 그런데 가만히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예전에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하루키도 이런 뜻의 글을 쓴 것을 볼 수 있는데, 가령 교도소 담장이나 옛날 관공서 앞에 큰 돌을 세워 착하고 바르게 살자라고 쓰고 또 새겨 놓았다고 해서 천성이 악한 사람이 그 글들을 보고, 아! 그렇구나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겠구나 하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마음이 바뀌겠습니까. 착하고 바른 사람은 그런 걸 설치해 놓지 않아도 착하고 바르게 살고 악한 사람은 아무리 그런 것을 많이 설치해 놓아도 일도 신경 쓰지 않으며 살아갑니다. 그게 인간이에요. 다시 말해 과태료라는 금융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현수막을 많이 설치해도 개목줄 안 하는 사람은 현수막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개목줄 착용을 안 할 것이며 불법주차 또 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비슷한 다른 일들도 다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경제적이나 신체적인 손해가 가해지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수막 설치는 애당초 범법에 산경 쓰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겁니다. 쓸데없는 세금의 낭비일 뿐이고 그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말 그대로 무의미한 행정력의 낭비인 요식행위일 뿐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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