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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빵 Oct 13. 2022

고맙다, 커피라는 기호 식품

스노우피크 드리퍼


대표적인 기호 식품으로는 술과 담배 그리고 커피가 있다, 라고 쓰고 나니 기호식품이 무엇인지 아리송해졌다. 기호에 맞는 식품이라는 걸까. 기호에 맞는 것으로는 고기도 있고 회도 있는데 이것들은 왜 기호 식품이 아닌 걸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사람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향기나 맛 따위가 있어 즐기고 좋아하는 식품. 술, 담배, 차, 커피 등이 있다, 라고 한다. 그러니까 없어도 생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식품을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독히도 좋아하는 것이 기호 식품이니 참 요상한 일인 것 같긴 하다.


한 위스키 카페에 작은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위스키에 빠진 건지 위스키 카페에 빠진 건지 카페에서 과도하게 활동을 하는 남편이 못마땅했던 한 와이프가 카페에 가입해 글을 올렸다. 위스키에 빠진 남편을 비난하는 글이었는데 둘이서 해결해야 할 일을 공적이라면 공적인 공간인 카페로 끌고 나온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와이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카페 동호인 모두를 싸잡아 공격했다. 너희들도 모두 정신 차려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글이었다. 발끈한 몇몇 사람들이 항의를 하자 와이프가 사과글을 올렸고 남편이 카페에서 탈퇴를 하는 수순으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 사람의 폭주나 무례함이 아니라 술과 담배 같은 기호 식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담배는 백해무익하고 술 역시 많은 부작용이 있으니 이런 기호 식품을 즐기는 일은 나쁜 짓으로 규정된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도 지적질을 해대는 일은 이런 바탕 하에서 가능하게 되는 것일 텐데 가까운 상대에게는 비난의 강도가 훨씬 심해지게 된다. 이러니 기호 식품을 즐기는 일이라는 게 여간 구차하지 않다.


그나마 이런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운, 더 나아가 좋은 취미로까지 여겨지는 커피라는 기호 식품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당당하게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잔소리를 들어가며 커피를 마셔야 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괴롭다. 커피를 즐기는 데 눈치 볼 일이 없으니 커피 용품을 장만하는 것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아웃도어용 커피 추출 도구도 몇 개를 가지게 되었다. 앞서 언급된 칼리타 아웃도어 핸드드립 세트가 오토캠핑에 더 적합한 편이라면 스노우피크의 접이식 드리퍼는 백패킹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물건이다.



어째서인지 스노우피크의 제품도 여럿 가지고 있는데 금속 재질의 물건 중 이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티타늄 재질이다. 스노우피크의 식기와 쿠커 라인은 대부분 티타늄으로 만들어지는데 왜 이 제품만 유독 스테인리스 재질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 봤자 142그램 밖에 되지 않지만 숟가락 하나 젓가락 하나까지 티타늄으로 만드는 회사에서 스테인리스 재질을 선택한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칼리타의 아웃도어용 핸드드립 세트가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에 반해 스노우피크의 드리퍼는 일반 드리퍼와 같은 기능을 한다. 누가 어떻게 커피를 내리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제대로 된 드립포트와 스노우피크 드리퍼의 조합은 생각하기 힘드므로 단점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야외에서 커피를 내린다고 하면 주전자나 텀블러로 물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이 경우 미세한 물줄기 조정은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결과물은 그리 나쁘지 않다. 커피 맛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요인은 원두이기에 추출 과정이 조금 어설퍼도 원래 원두의 맛에서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원두가 가진 맛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커피의 맛에 비할 것은 아니다.


위스키와 같은 독한 술에 곁들이는 음료를 체이서라고 한다. 보통 물이나 우유, 맥주를 많이 선택하는데 나의 경험으로는 커피만 한 게 없다. 야외에서 술을 마시다가도 바로 커피를 내려 체이서로 삼으면 숙취에도 좋고 눈치도 덜 보인다. 술을 마시는지 커피를 마시는지 시선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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