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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퍼빌 고등학교에는 다른 학교와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특별한 체육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전체 학생들의 성적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그들은 체육에 대한 학생들의 의욕을 꺾는 3가지를 바꾸었다. 우선 각자가 재미를 느낄 만한 종목을 찾도록 다양한 운동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필요한 운동량을 달성하게 하기 위해 단체 운동경기를 소규모로 운영했다. 예를 들어 3대3 농구나 4대4 축구처럼 적은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여 학생들을 끊임없이 뛰게 만들었다. 끝으로 평가 기준을 '친구'에서 '자기 자신'으로 바꾸었다. 자기의 최고 기록을 수립하면 성적이 한 등급 올라가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누구든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A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교사 한 명이 3~40명의 학생들의 개별적인 노력을 어떻게 동시에 판단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돌파구는 심장박동 측정기였다. 어느 날 측정기를 활용한 체력평가 결과, 대충 뛰는 것처럼 보였던 한 아이가 최대심장박동에 근접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반에서 운동을 제일 잘하는 아이들도 그 아이보다 낮았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운동에 흥미를 잃은 이유는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해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 학생의 심장박동, 혈압, 체지방 등의 목표 수치를 정해주고 '자기 자신'의 수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니,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는 학생들에게 체육 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사항을 가르쳐주는 거라고 말합니다. - 체육교사 젠타스키
그런데 학생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이 학업 성적과는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운동화 신은 뇌'의 저자 존과 에릭에 따르면, 운동은 세 가지 면에서 학습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첫째, 각성도와 집중력을 높여주고 의욕을 고취시킨다.
둘째, 뉴런을 대량으로 생성하여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태세를 갖춘다.
셋째, 해마에서 줄기세포가 새로운 장기기억세포로 발달하는 과정을 촉진한다.
특히 운동이 끝난 직후는 혈액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날카로운 사고와 복잡한 분석을 처리할 최적의 시점이다. 네이퍼빌이 0교시 체육수업을 운영하는 이유이다.
우리 체육 교사들은 뇌세포를 만들어내지요. 그 속에 내용물을 채워 넣는 것은 다른 교사들 몫이고요. - 체육교사 롤러와 젠타스키
도대체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이렇게까지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20만 년 전의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만 년 전쯤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는 만년 전 농업혁명 전까지 19만 년의 시간을 사냥과 채집을 통해서 식량을 구했다. 진화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지금 우리 몸을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원시 사냥꾼의 유전자'이다. 인간의 몸은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오랫동안 달리는 데 적합한 근육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식량을 찾으러 끊임없이 돌아다니거나 짐승을 쫓아다니는 데 도움). 근육과 관절의 혹사에 따른 통증이 발생하면 몸에서 천연 통증 완화제가 나온다(사냥 후 쌓인 피로를 풀어줌). 간헐적 단식을 통해 충분한 기간 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했을 때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강도 높은 사냥 활동을 한 뒤 며칠간 휴식을 취하는 삶의 방식에 적응).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인류를 '장거리 포식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신체활동은 우리의 몸과 뇌를 깨우는 '시동버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운동은 뇌의 모든 부분, 기능을 점화시켜 준다. 뉴런의 대사를 촉진하는 일부터 시냅스 간에 정보를 전달해 줄 통로를 만드는 일까지 말이다. 그러므로 사실 '원시사냥꾼'들이 한 것과 똑같이 하는 것이 최선이다. 즉 매일 걷거나 천천히 달리고 일주일에 두어 번은 달리기를 하고, 간혹 가다가 한 번씩 사냥감을 잡을 때처럼 순간적으로 빨리 달리는 것이다(인터벌 트레이닝).
원시사냥꾼에게 사냥은 목숨을 건 격렬한 활동이다. 사냥을 하면 다쳐서 죽게 되고, 안 하면 굶어서 죽는다. 가진 능력을 전부 짜내어서라도 성공해야 하는 극한의 행위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그런 단계에 다다르면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을 분비한다. 성장호르몬은 뱃살을 빼고 근육조직을 형성하며 뇌의 크기를 늘려주는 등 신체를 가다듬는 일을 총지휘하는 호르몬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 속에서 잠시라도 머물러 있게 되면, 정신은 평소와 다른 아주 높은 상태에 도달하곤 한다. 그런 상태에서는 어떤 고난이라도 극복할 자신감이 생긴다.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구간이며 그 자체로 완전한 '충만함'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장거리 달리기 중에 자주 나타나 '러너스 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오래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청춘의 샘'이다.
높은 강도의 운동이란 최대심장박동 수치의 75~90퍼센트 정도를 유지할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45세라면 이론 상 최대 심장박동 수치는 220에서 나이를 뺀 숫자인 175가 된다. 175의 75~90퍼센트는 175에 0.75와 0.9를 각각 곱하면 131~158이 된다. 이것이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목표하는 심장박동 수치의 범위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운동을 해도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왜? 우리의 선조가 그렇게 살았고 그에 따라 우리 몸이 그렇게 진화되어 왔으니까. 며칠 운동을 하지 못했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뇌가 신경세포 성장인자를 다시 높은 수치로 세팅한다. 그러니 며칠 게으름 피웠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운동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집단에 합류해서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얻는 자극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운동은 신체와 지능에만 관계가 있는 게 아니다. 감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