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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Oct 17. 2022

부자나라의 숨겨진 비밀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 자본의 미스터리, 지혜의 족보 1부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 자본의 미스터리, 지혜의 족보 1부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호수는 잔잔하다. 한 곳에 머물러 있기에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에 반해 강물을 흐른다. 머물지 않기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진다. 그 힘은 땅을 파헤치거나 덩치 큰 나무를 쓰러뜨릴 정도로 거대해질 수 있다.

우리가 돈, 자산, 재산, 자본이라 구분 없이 부르는 것은 어디에 해당할까? 호수일까, 흐르는 강물일까?

© artofbryce, 출처 Unsplash


존재하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


중세 라틴어에서 '자본 capital'이란 단어는 소와 같은 가축의 머리를 뜻한다.

멈춰 있는 소(자본)는 물질적 차원의 '고기'로 쓰임새가 한정되지만, 움직이는 소는 '밭을 가는 노동 행위' 등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자본'이란 단어에는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자산의 유동화', 쉽게 말해 이리저리 흐르게 만들어야 가치가 생긴다는 뜻이다.

자본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자산이 지닌 경제적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부가적인 생산을 일으킬 수 있는 형태로 고정시킬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산을 고정시켜 우리가 활동적인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러 형태와 규칙들, 즉 이런 전환 과정을 탄생시킨 것이 바로 합법적인 재산이다.

자본주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혁신적인 시도는 바로 재산법을 만들고 그 법을 기반으로 자본을 새롭게 생성할 수 있는 전환 과정을 고안한 것이다. 미국인과 유럽인이 공식적으로 만들었고 그 법을 통해 그들은 자본주의의 승자가 되었다.


합법적인 통합 재산 체제는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첫째, 우리가 신속하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명시화해 자산의 경제적 속성을 파악하는 비용을 대폭적으로 감소시킨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통해 해당 집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며 믿고 거래할 수 있다.)

둘째, 더 많은 생산을 창출하고 노동 분화를 촉진하는 데 자산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소유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담보로 활용하여 새로운 투자가 가능하다.)


합법적인 재산 체제는 모든 거래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을 자본으로 굴릴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쉽게 창출할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한 소유주들은 장난감 블록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재산을 분할하고 조합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돈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 먼저 재산에 대한 권리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대부업 역시 그 돈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원금과 이자에 대한 권리를 설정하는 일종의 재산 문서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것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돈은 재산을 전제로 한다.

에르난도 데소토 '자본의 미스터리' 중

정리: 자산 (합법적으로 주인임을 명시하면)▶ 재산 (재산을 담보로 새로운 곳에 투자하여 가치를 창출하면) ▶ 자본


가난한 나라는 서구 선진국의 과거와 닮은꼴


개발도상국가들과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산은 주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1차원적인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에는 똑같은 자산이 물질적인 세계를 벗어나 자본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삶을 누린다. 합법적인 재산 체제 속에서 주인이 분명한 '자산'은 저당과 같은 '담보물'로서, 다른 사람들의 이윤을 보장하거나 대출이나 공공시설과 같은 형태로 전환되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대부분의 가난한 국가들도 자본주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다만, 소유권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자산은 신속하게 자본으로 전환될 수 없고, 그 거래도 서로를 알고 신뢰할 수 있는 협소한 지역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대출은 물론이고 출자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없다.

에르난도 데소토 '자본의 미스터리' 중



과거 유럽의 모습은 오늘날 개발도상국가들과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의 현실과 너무나 흡사하다.

여러 도시들로부터 밀려든 빈민들은 불법적인 사회계약을 창출하면서 대대적인 권력의 재분배를 강력히 요구하였다. 기존의 법질서가 경제적, 사회적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이주민들은 기존의 법 체제를 대체할 불법적인 체제를 고안했다. 진짜 소유권과 날조된 소유권이 뒤섞여 대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토지를 매입하려는 사람들은 여러 명의 소유주들을 마주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이렇듯 기존 질서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갈등을 일으키다 보니, 불만과 부정부패, 빈곤, 폭력은 끊이지 않았다. 각국의 정부는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법과 규제를 만들었지만 더 많은 규제는 더 많은 위반을 야기할 뿐이었다.

이건 현재의 가난한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재산법 제정 이전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합리적이진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가난한 국가에 필요한 것은 1회성 원조가 아닌 자산을 자본화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재산 체제를 만들어 진짜 주인에게 소유권을 돌려주는 작업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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