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8,7... 이미 작고한 숀 코네리가 주인공으로 한 007 시리즈인 골드핑거에선 본드가 악당의 음모에 맞서며 폭탄을 해체한다. 카운트다운하는 폭탄이 007을 상징하는 7초에 멈추는 명장면이 나온다. 본드는 황금으로 가득 찬 포트녹스 금고를 지켜내고 골드핑거를 막아낸다. 나는 영화 중에 제일 좋아하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정작 다시 잘 안 보는 묘한 위치에 있는 007 시리즈 팬이다. 어릴 때부터 007 영화를 계속 보고 자라와서 그런가 보다.
물론 15세 관람가이자 본드걸로 대표되는 성적인 묘사가 잘 나오는 영화특성상 어린 내가 보기엔 부적절할지 모르지만 그런 거 없고, 티비에서 열심히 봤다. 원초적인 폭력과 섹스심벌이 가장 직관적이니 더더욱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여하튼 이후 액션영화 감독들이 1964년에 나온 영화의 각주를 달기 시작한다. 폭탄 해체할 때 딱 1초를 남기거나 진땀을 흘리며 해체하는 장면이 이미 64년 골드핑거에 나온 장면에 기초한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이제 5시간도 안 남은 새해 24년은 곧 보신각 종을 치기 전 방송에선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것이다. 새해라서 흥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평소처럼 그냥 지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년도 바뀐다고 모든 것도 동시에 바뀌지 않음을 알기에 그려려니 한다. 오늘도 모임을 할 때 새해 목표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모 멤버는 작심삼일로 인하여 새해목표를 잘 세우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편이고 새해가 올 때마다 이제는 목표에 대해 둔감해져 간다. 원대한 목표를 세운 사람에게 "쟤가 안 겪어봐서 그래, 현실이 뭔지 몰라서 그래"라고 하는 경우처럼 나이가 들수록 어릴 적 꿈은 어느새 한밤중의 꿈으로만 흩어져 그 시절을 추억하는 영화나 노래도 있다. 생각이 달라지고 주어진 환경과 시간에 의해 사람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예전에 꿈꿨던 이상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따로 행동하지는 않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이랬을 텐데라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나에게는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새해 24년은 왠지 모르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라는 묘한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 하는 모든 활동이 모이는 한 해, 즉 결과가 어떻게 될지 결정되는 한 해가 될 수도 있어서다. 물론 감정에 따른 추론이지만 라디오나 글 쓰는 것, 그리고 대학원 과정도 결국 씨앗을 맺거나 탄력을 받는 한 해가 되기에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경각심을 가져본 새해는 처음이다. 슬슬 깨어나 활동하니 23년이 나름 즐거웠듯이 24년도 뭔가 역동적으로 흐를 것만 같은 생각에 그럴 수도 있다. 예전에는 21년이든 22년이든 새해라서 그냥 들뜬 분위기에 취해 그냥 막연히 잘되겠지란 생각이었지만 이번연도는 뭔가 다르다. 사회적인 이슈도 면밀히 접해서 그런지 모르지만(전쟁과 갈등 속에 미 대선이 걸려 세계정세가 요동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어서다)
언제는 안그랬냐하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지 모른다는 느낌적인 느낌과 성장을 기대하는 기대감이 버무려져 24년을 기다리고 있다. 또 공상을 좋아하는 나답게 24년에 의미를 부여하면, 24시간 24년. 같은 숫자다. 미국 폭스채널의 유명한 드라마인 24처럼 24시간 안에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폭탄이 터질지도 몰라! 일상은 극적인 그래프 점프하듯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서서히 스며들어가 어느새 그렇게 되어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초반부터 괜히 힘 부리다 삐끗해서 병원신세 지지 말고 조금씩 해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