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그리고 최후의 보루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152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오십 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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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흥미로운 유적이 있음을 알아냈다.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라는 유적이다. 2018년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테페는 인류가 초창기 집단으로 모여서 만들었던 인위적 건물들의 집합으로 연구가치가 상당한 유적이며 대게 종교적인 용도로(비석을 세워 거기에 문양으로 장식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등)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 그냥 옛날 사람들이 만들었던 건축물이구나" 싶어 다음페이지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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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페의 나이가 2024년 기준으로 11000년도 더 되었다는 점이다. 피라미드가 건설되기 수천 년 전에 이미 테페에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그래도 그냥 옛날 유적 아님?"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사학계는 달리 지켜본 듯했다. 그 당시가 신석기 초창기였다. 즉 곡식 저장법이나 제대로 된 집단 농경을 할 수 있는 껀덕지가 없던 시대이며 여전히 수렵과 채집에 의존하는 시대였단 이야기가 된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흔히 기존에 알고 있던 농경-거주-종교 및 사회시스템 출현 순으로 알고 있는 기존의 학설에 금이가게 하는 유적이라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테페의 중심지는 돌기둥으로 만들어진 신전 혹은 우리나라 솟대 같은 종교적인 시설이 있음을 감안할 때, 테페를 고고학적으로 이리저리 살펴봐도 신석기의 농업혁명이 남겨놓은 흔적인 토기나 문자판 같은 것이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테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다. 돌기둥 몇 개 세워진 스톤헨지와 같은 모습일지 모르지만 본디 인류가 떠돌다가 맛난 거 있으면 거기에 잠시 머물다가 고갈되면 다시 찾아 떠나는 모험의 여정이 있은 후 씨앗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토기를 만들어 보관하는 등 농경사회 모습을 보이고 난 후 점차 식량증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부양하게 되면서 거시적인 사회의 출현과 계급사회, 종교 등등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지식들이 반대로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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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떠돌이 인류가 서로 간의 심리적 공감과 위로, 주변 자연으로부터 닥쳐오는 위험과 미지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나가기 위해 신앙을 먼저 만들어 그것을 현물로써 표현하고 그런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응집하고 모이면서 이들을 부양하고자 농경을 시작했다는 역사덕후라면 놀랄 가설이 나타난다. 다만 테페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 가설 또한 만약 기존 가설을 뒤집어 엎을 만큼 증거들이 확실시 해지는 것은 연구의 결과가 어느 정도 도출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테페의 흔적을 보며 떠올려봤다. 종교적인 신앙을 떠나서 그 혹독한 자연에 맞서 인간은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견뎌낼 무언가를 갈망했고 그들은 "믿음"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되었든, 태양신이 되었든 조상신이 되었든 간에 현 상황속 그들을 넘어 지탱해 줄 기둥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흔히 종교라는 영역은 비합리적이고 광기 어린 맹목적인 영역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믿음"이라는 심리적 장치는 비단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나는 일기를 통해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해왔던 것 같다.


오늘날 미래를 내다보는 학자들은 종교가 사라질 거라고 전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특정 종교의 콘텐츠가 사라질 수는 있어도 그 빈자리를 다시 과학이든 뭐든 다시 메꾸어질 거라고 본다. 그 빈자리의 토대는 단연 "믿음" 즉 신념의 영역이다. 태양계를 오늘날 택시 타고 나가듯 쉬워지는 날이 다가와 어느 순간 "과학교"가 만들어지는 날이 올지언정 최후의 보루인 믿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나는 희망을 가진다.


동물인 개를 가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듯, 인간의 가장 따뜻한 안식처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 위키백과. [괴페클리 테페]

Patrick Symmes, Newsweek. 2010.02.18. [Turkey: Archeological Dig Reshaping Human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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