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65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육십 오 번째
그렇다. 나는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다. 부럽지 않은가(도발)? 예전에는 하도 살이 안 쪄서 그것대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많이 좀 먹어라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나.도.안.다.고! 많이 먹으면 살찌는 것도 알아! 근데 배부른데 어뜩해! 살찌는 사람들의 고충이 살 안 찌는 사람들의 고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느새 살이 찐 내가 갑자기 통통해졌다고 듣던 시절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야식을 먹다 보니 어느새 살이 쪄갔다. 그리고 자주 가는 미용실 원장님은 최근에 방문했을 때는 통통했던 시절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하시는데 지금은 살이 다시 쏙 빠졌다. 내가 봐도 살 좀 다시 쪄야 할 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살이 쪄버린 것을 옛 기억을 되짚어 보자니 이 또한 "나도 모르게"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 다룰 내용은 이런 점에서 배우게 된 습관 만들기다.
살이 붙으래야 붙을 수 없던 내가 원인이 불분명한 채 식욕이 올라오고 먹다 보니 통통했던 그때를 보자면 마음 편히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대학원 들어갈 무렵이었다. 그때 당시 살이 찌고 안 찌고 체크를 했다면 어떻게 왔다 갔다 했는지 알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처럼 나의 사례를 차용해서 5분간 격려하고 영문장을 외우는 것에서 살을 하나 더 붙였다.
10분간 독서하기다. 아마 일기에서 잘난 체 하는 나를 보는 분들은 책 좀 읽은 거 아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의외로 다독은 아니지만 한번 신내림 받듯이 꽂히면 주야장천 읽는 스타일이어서 어떻게 보면 주구난방으로 기분에 따라 책을 읽는 불안정함을 내포하고 있어서 평소에도 책을 읽으려는 나에게 상대적으로 여러 습관 중 그래도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 일상활동이기에 10분간만이라도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정도 흘렀는데 어느새 타이머가 울리면 공휴일 전날 퇴근하는 김 사원처럼 후다닥 뛰쳐나가려 하지만 하나 더해야 할 숙제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영문장을 외울 때쯤 부담감이 몰려온다. "그냥 나중에 몰아서 읽으면 안 되나?" "응 안돼~" 마음속 결투장이 생기고 외우고 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10분간 독서를 실천하고 있다. 10분이 여전히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나 스스로 읽는 속도가 꽤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강박적인 우울감이 있을 때 책 하루종일 읽어도 반나절은 더 소요가 되었는데 지금은 10분 만에 20페이지를 읽는 나를 보게 된다. 아무래도 심적으로 편안해진 점도 있겠지만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만큼이나 읽는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그래서 가끔 습관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하면 나는 쇠사슬이 생각난다. 연쇄적인 그런 반응들. 선순환 등등
칼을 꺼냈으면 무라도 베어야지라는 심정,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그런 느낌으로 100일 넘게 지난 기존 습관에 다른 습관을 더하니 상대적인 문턱이 낮아지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나도 반년 전만 해도 입으로 신나게 떠들고 알고만 있고 막상 하지 않던 습관형성이 어느새 하고 있는 나를 보면 굉장한 자존감이 생기는 것 같아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