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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02. 2024

때론 다독이...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19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백구십 구 번째



곰곰이 생각해 보니 때론 다독이 다독여주는 활동이 아니라 다"독"이 될 수 있단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냐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정보가 많아지면 받아들인 각각의 정보의 중요성이 옅어진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어설프게 배운 사람이 더 무섭다고 특정 정보에 대한 중구난방식 정보나열이 다독으로 비롯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물론 단편적인 나만의 뇌피셜이다.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더욱 숙고하지 않아서 틀릴 수도 있다. 다들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많이"가 어떤 뜻인지 짚어보면 한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다독에 포함된다면 방금 전에 서술한 다독이 주는 보편적인 이점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읽게 되면 정보에 대한 중요성과 선택 폭이 넓어져 판단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산업심리학 쪽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를 해당 제품에 대한 선호로 이끌어 낼 수 있지만 반면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게 되면 오히려 구매를 주저하거나 아예 타사 제품을 사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이렇듯이 같은 주제라도 여러 가지 해석이 너무 많아지면 자기가 어떤 것을 정론으로 받아들일지 어려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 계발 서적을 정말 많이 읽는 사람이 있다 치면 수많은 작가들이 주장하는 자기 계발 성공법, 비결이 비슷한 듯 다르기도 하고 여러 의견이 많다. 그래서 자기 계발 책을 읽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서 노력에 있어 어떤 접근 법을 택할지 고민할 수도 있다. 다독으로 만약 별로 신뢰롭지 못한 주장을 실은 책까지 읽게 된다면 기준은 애매해지고 어설프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날 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의 바닷속에 사리분별, 어떤 정보가 옳은 지에 대한 판단력이 중요해지는 것과 같이 책도 마찬가지로 여러 책을 읽게 되면 이와 같은 능력을 요구받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렇지만 만약 다독이 단일 책을 여러 번 읽는다거나 특정 개념이나 주장에 대해 한정적으로 그와 밀접한 여러 가지 책을 읽는 다독이라 한다면 이미 1차적으로 필터링을 한 셈이기에 이 부분에서 다독은 충분히 도움이 될만하다.




간혹 위인들이나 유명한 사람들을 본받고자 자기도 그런 꿈을 안고 능력향상을 위해 다독을 한다는 경우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었다 한들 그때 당시 출판 기술이 발달이 되어도 책이라는 물건 자체도 오늘날 라면 받침대로 쓰는 것처럼 보편적인 물건이 아니었기에 발명을 했던 위인들이나 철학자들 같은 경우 같은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어 그 분야에 마스터가 되는 동시에 수많은 사유로 인해 역사책에 오를만한 결과를 도출한 게 아닌가 하는 나의 생각이다.


뒷받침하자면 종교인들, 사제나 수도사들이 각자의 종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전에 대해 일 평생 읽으며 거의 달달 외우다 시피하며 신자들에게 설파하거나 하는 경우도 그들이 여러 책을 읽어 교양이 넘쳐 그런다 하는 것은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서나 사례나 비유를 들 때 사용하지,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경전을 여러 번 읽고 고찰하고 뇌에 각인이 될 때까지 문구 하나하나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독도 모두 같은 다독이 아니다. 인풋이 아무리 많이 읽는다고 그 사람이 무조건 글을 잘 쓰거나 정말 창의적인 생각을 내놓는 게 아닌 것처럼 아웃풋을 위해 자기가 받아들이는 위치에 있어 해당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취사선택하고 심화시킬지는 좁아진 상태에서의 다독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로운 다독에 적합한 것 같다. 매번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동기가 부여되고 의지를 불태워도 그중 하나를 택해 진득하게 해보지 않고 이내 다른 책으로 자기 위로를 하려 했던 나의 과거를 보노라면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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