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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04. 2024

건강 또한 미루다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01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일 번째



임상과 상담심리학의 심리 장애 중 하나인 건강염려증이라는 게 있다. 지금은 질병불안장애와 신체증상장애로 구분하여 진단하는데 전자는 흔히 알려졌던 건강염려에 대한 불안함을 나타내고 후자는 해당 증상이 몸에 나타나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 오전에 마음먹고 이비인후과를 찾아가게 되었다. 이유는 내가 비염을 계속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청소년시기부터 앓았던 증상이라 이제는 만성화되어 그냥 그런가 보다 살았었다.




그런데 방송을 계속하다 보니 코맹맹이 소리가 심하지는 않지만 거슬렸고 그런 생각 때문인지 이젠 밤마다 코가 막히고 숨을 쉬기 어려워 입으로 숨 쉬는 등 여러 불편함이 자각의 표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비염이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서 짜증이나, 우울감도 유발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피로감을 계속 유발할 수 있다는 것에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잠을 자고 항상 피곤했는지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듯했다.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 하고 오늘 찾아갔다. 그리고 수술을 결심했다. 왜냐하면 예전엔 부비동염 때문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콧속 통로가 좁아 계속 막히는 거 같으니 대학병원을 가보세요"라고 이야기를 몇 년 전에 해주셨던 것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래서 오늘 찾아가서 검사해 보니 실제로 코 중앙에 위치한 비중격이라는 연골이 휘어져 있어 비중격 만곡증이라는 것이다. 


왼쪽 콧구멍이 항상 막혔던 것도 코안을 보니 비염 때문에 수문장 마냥 콧속 살이 두툼하게 비대해져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듯했다. 채혈을 하고 농담 삼아 간호사분한테 아로마테라피 하는 것 같다며 온갖 향을 맡아보는 후각검사와 미각검사도 하고 이번주에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진작에 했으면 코가 뻥 뚫려 있었을 텐데 아니 대학병원 가보라던 의사 선생님 말에 바로 갔었어야 했는데 그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가기를 꺼려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는 내담자들이 질병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하고 항상 검사받고 확인하고자 하는 것과 반대로 건강을 회피하는 것도 최소 후회나 시간낭비요,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X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란 문구는 자기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회피가 자기 상태에까지 번진다면 나름대로 스스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예전에도 치과 무서워서 미루다가 충치가 생기고서야 갔던 것처럼 문제가 있는 것은 아나 그것을 방치하거나 회피하려 하는 것은 건강염려증처럼 위험해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몸 안에 물혹이 있음을 알지만 차마 그것에 대해 깊게 파악하지 않으려 한채 시간만 보내다 암으로 번진 사례도 있는 것처럼 두렵지만 마주쳐야 하는 용기가 건강을 챙기는 길이다.


미루다 미루다 끝내 가게 되는 나는 이 문제 또한 회피 그 이전에 불안에 따른 미루기 때문이라 결정짓는다. 경중을 따질 것 없이 경이 쌓이면 중이 되긴 하지만, 어떤 문제가 있으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짚고 해결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인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차라리 때론 "에이 너무 성급하지 않나요?" 소리 듣는 게 나을 정도로 미리미리 하는 습관, 준비하는 습관이 이와 연관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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