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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y 28. 2024

물가에 발이라도 담가봐야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8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팔십 육 번째



한 달 전에 귀한 소식이 들려왔다. 공공기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이 온 것이다. 제대로 된 이력이랄 게 없는 반백수인 내가 그런 자리를 과연 진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 아니 오히려 실례가 될까 싶었다. 하지만 평소 모임에서 하던 대로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예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일일 강사가 되어 강연을 해보는 프로그램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한 달 정도 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강사가 되기 위한 교양 강의식으로 프로그램을 받고 실제로 사람들을 상대로 발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자기가 스스로 직접 짜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부담 없이 자기 맘대로 짤 수 있었다. 내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4주간 진행되었는데 1주차에 무사히 진행되었다. 그리고 다음 2주차 하는 날, 해당 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전문적인 자격증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을 상대로 할 수 있냐는 전화가 왔어요"라고 매니저님이 연락이 왔다. 처음 겪어보는 클레임에 많이 당황했다. 기관에서도 잘 설명하고 전문적이고 공인된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 강연자로서 콘텐츠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설득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연락한 사람은 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상담사라고 이야기했다. 내 콘텐츠는 아무래도 심리학을 중심으로 교양강좌로 열린 프로그램이었고 나는 현장에서 거듭해서 "전문가도 아니고 단순히 흥미위주로 전달해 드린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니 필터링을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진행했었다. 문제의 요지는 심리학을 중심으로 대중을 상대로 심리치료나 치료 컨텐츠로 만들어서 프로그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지만 심리학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하는 것, 입도 뻥긋하는 것도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심리학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아무리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갑자기 하늘에 뚝 떨어져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이미 사전에 다 기획하고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며 통화하면서 안내를 해주었지만 자칭인지 뭔지 상담사라는 사람이 "어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라고 퇴근을 앞둔 직원들에게 연락하며 시간을 질질 끄는 모습이 눈치가 없어도 전혀 없어 보였다.


아무튼 그때 당시 놀란 마음에 은사님께 전화드렸더니,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하셔서 가다듬고 다시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약간의 스토리가 담긴 데뷔전을 치렀고 내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임에서 하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기대가 되면서도 "팀장님이 참석하실 수도 있어요"라고 귀띔해 주신지라 긴장도 된다.


어버버 했던 내가 그나마 무대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발표를 하는 것은 뻔뻔해질 거란 일념하에 여러 경험을 해서 유의미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도 그건데 강연자의 자세는 앉아있는 자들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잘났거나 못났거나의 문제가 아닌, 어떤 강연은 먹히는 반면 또 다른 강연은 하품만 연신 나오는 것이 스펙의 문제가 아님을 여러 번 느꼈다.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던 건지는 몰라도 기관에서 "기대했던 교수님의 프로그램이 너무 노잼이라서..."라는 평가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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