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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y 29. 2024

발 담근 후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87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팔십 칠 번째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 소장본 https://www.emuseum.go.kr


"앗 차가! 호호~ 영희야 그만 물 튀기렴 호호호"

철수는 영희와 다정히 강물에 발을 담그며 물 장구를 튀겼다.(내래이숀)

라고 하고 싶지만 오늘은 진짜 발을 담그는 날이었다. 긴장반 설렘반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장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인원수가 적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190번 넘는 모임을 매회 2시간씩 하면서 느낀 점은 인원이 많으면 밀도가 옅어지고 반대로 적으면 밀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백이면 백이다.



선생님 두 분도 참여 하시고 다른 학생 그리고 청년들과 함께 인사를 하며 시간이 되자 내 소개를 했다. 소개를 일반적으로 하기 보다는 대놓고 이야기하니 오히려 좋은 반응을 보였다. "예 자랑을 해야 이 사람이 뭔 말을 하는지 와 닿겠구나 싶어서요" 이런저런 이야기와 모임 소개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걱정반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관심 있게 참여하고자 하니 호응이 없으면 어쩌나란 우려는 접고 각자의 이야기 그리고 각자 함께 나눌 주제에 대해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다.


모임과는 별개로 상대적으로 연령도 낮고 관심사도 한정되어 있다 생각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갔지만 되게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분위기가 굉장히 경쾌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다 같이 서로 듣기 시작했다. 애초에 시작 전에 하나의 룰만 지켜달라고 이야기했다. 들어주는 것. 다들 알다시피 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오히려 듣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피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서로 간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의 이야기를 온전히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면 그런 에너지 소모는 투자였음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한계란 없다. 그 어떤 이야기에 대한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면 자기 개방이 열리고 문이 열린다. 과거 누군가가 "말만 하고 시간 보내는 모임"이라 솔직한 듯 비하적인 느낌의 평가는 짚어도 잘못짚은 것이다.  그가 집중을 하지 못했거나 안 했거나의 문제다.



어찌 되었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은 세심한 균형 맞추기다. 한정된 시간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면 그만큼 누군가는 말을 적게 하게 됨으로, 더군다나 조금 내성적인 사람은 이야기를 더 못하게 되는 부익부빈익빈의 현상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목하고 그의 의견을 묻는다. 그리고 말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다. 민감한 사람은 시선에도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이 조금 지루해지거나 말이 길어지면 핸드폰을 보거나 딴짓을 하기도 하지만 사회자는 끝까지 지켜봐 줄 의무가 있다. 집중력에 한계가 물론 있기 때문에 가끔은 시선이 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계속 집중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었던 눈빛도 뭔가 초롱초롱 살아있는 듯했고 마무리를 하면서 각자의 소감을 말했는데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행이다"란 극찬을 들었다.


한 가지 감사한 점은 선생님 두 분도 이야기의 일원으로서 참여하여 자기만의 이야기를 진솔히 해주었다는 점이다. 이야기에 어떤 꾸밈이 없었고 진솔했으며 솔직한 마음에 불평불만도 담긴 일상생활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바로 끝나자마자 오늘 정기모임을 하러 갔다. 예상과 달리 다행히 지각하지 않았고 기쁜 마음으로 오늘 모임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다음 주 프로그램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늘처럼 분위기가 좋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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