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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그물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29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이십구 번째

나는 존경하는 인물 중 연예인 카테고리에 유일하게 한 명이 있다. 연예인들 누구나 각자의 정상에서 노력을 하고 대단들 하지만 그중에서 나는 누구나 좋아하고 있는 유재석을 존경한다. 무한도전 세대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토요일 밤마다 본방을 사수하며 어려운 시절에도 아픔을 잊게 해 준 것도 유머이기에 나 또한 웃는 것을 좋아하고 웃기는 걸 좋아한다. 나의 힘든 사연을 듣는 분들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아 보인다는 소릴 하시는 것도 어쩌면 그 이유일지 모른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 데 무한도전 어떤 특집에서 유재석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어릴 때는 이 말이 댓가 있는 교환, 노력해야 얻는 그 무언가로 생각했지만 요 근래 무슨 소리인지 더 잘 느껴진다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다.

누군가는 어떤 선택으로 인해 다른 선택을 포기해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다른 누군가는 마찬가지다.

얻고자 한다면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방송 내 그런 말을 하면서 유재석은 자기가 아들과 놀이동산을 가고 싶어도 보는 눈들이 많아 갈 수 없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모두를 다 가지면 물론 좋겠지만 현실은 쉽지 않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모두를 얻으려 다간 모두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마치 파도 속 떠 내려가는 잡동사니들 주우려고 하는 것처럼.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단순히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마냥 내줘서 뭔가 얻는다는 생각도 아니다. 희망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즉 내가 현재의 고난이나 어려움은 지금의 댓가로 언젠가 무언가를 얻게 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그것이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골자다.


나에게 지금 당장 이따위 시간과 어려움이 욕 나올 정도로, 토 나오도록 닥쳐오는 건 어쩌면 미래에서 얻기 위한 현재의 투자일 수도 있다. 언제나 말은 쉽지 사실 닥치면 누구나 싫고 기피하고 경험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냉소적으로 따져봐도 살고는 봐야 하지 않나? 유재석이 지금의 위치로 오기까지의 과정은 10년이라는 무명시간이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따져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10년이라는 시간을 견뎠기에 유재석이 될 수 있었고 오히려 그 무명시절이 지금의 자랑거리이자 사람들이 인간 유재석을 친근하게 여기는 연예인 이미지상의 전략으로도 크게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다.


지금 이 시간도 묵묵히 걸어오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지금 막 초입길에 들어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뭐 옛날도 그렇지만 지금도 격동의 시대이고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다. 갑자기 코로나가 터질 줄을 갑자기 누군가 성공할 줄을 누구도 알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자신이 걷고 있는 상황이 어떻게 될 줄은 아무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실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패만큼 얻어가는 것은 분명히 있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만큼 아웃풋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걸 외면하거나 거부한다면 오히려 자기만 손해고, 준다는 데 안 가져가는 것이다.


양손에 짐을 들고 또 들 순 없다. 다시 들고자 한다면 들었던 건 버려야 한다. 그리고 오래가고자 한다면 짐을 또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 너무 욕심을 부리다간 이내 얼마 못 가 지치고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냐" 자책할 수 도 있으니 현재 본인이 갖춘 상태에 맞게 가야 한다. 얼마 전에 이직으로 타지로 간 멤버 한 명이 와서 식사를 함께 했는데 고민이 있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제 생각에는 짧고 굵게 가 뭔가 임팩트 있고 강렬하고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어쩌면 성공은 가늘고 길게 봐야 맞는 것 같습니다. 가늘고 길게 가서 거기서 얻어걸리는 파이도 커지고 확률도 높아지기에 요즘 저는 그 생각을 하고 있어요" 복합적인 생각이 들면서 이내 나만의 개똥철학(?)이 생겨난 것이다.


사실 한방 터져서 빅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그물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고, 거기서 멍게도 나오고, 돌멩이도 나오고, 뭐 장화 한 짝도 나오고 그러다가 낙지도 나오고, 문어도 나오고, 물고기도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 삶의 결과는 누구나 알 수 없다. 단기적으로 무리하면 그 부작용도 그만큼 크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이라 하는데 마라톤의 결승지점이 개인적으로 와닿지가 않아서 또 참여해 본 적도 없어서 그냥 나만의 생각을 정립해 보았다. 각자의 삶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 변수들을 잘 버무리기 위해선 노력도 노력이지만 충분한 시간도 갖춰져야 하고, 흔히 이야기들 하는 운이라는 요소도 결국엔 시간의 그물에 걸리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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