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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l 07. 2024

오춘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2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이십 사 번째



비가 오는 날에도 꾸준히 참여해 주는 멤버들 덕분에 기운이 떨어지다가도 덕분에 힘이 난다. 모임에 정을 붙이고 계속 남아있는 멤버가 있는가 하면 본인 맘에 어긋나면 안 나오는 멤버도 분명 있기 때문에 언제나 올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가는 식이다. 자리에 앉아 처음 용기 내 찾아온 멤버 그리고 오래간만에 보는 멤버도 있어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이번주는 요상하게 기분이 안 좋은 날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날씨 탓인지 그냥 이번 주간이 그런 스케줄로 만국공통으로 짜여져 있는 것인지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직장 내에서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별로 기분 좋게 보낸 멤버가 많지 않았다. 휴가를 다녀온 멤버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그리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다. 근황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제나 직장 내 스트레스와 만악의 근원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높은 위치에서 요구하며 누군가는 낮은 위치에서 주장한다. 그래서 각자 자기만의 입장에서의 스트레스 그리고 풀리지 않는 고민과 고뇌는 계속 이어 진다. 부당함을 주장하는 사람은 반대로 누군가에게 부당할 수 있고 자기가 직장 내 빌런때문에 고생했는데 정작 자기가 빌런인 경우도 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고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요구는 어느샌가 직장 내 관리자 입장에서 보니 반드시 해야 할 업무이고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경우엔 직원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만의 입장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직원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경우가 굉장한 스트레스이며 직장 내 중간관리자인 사람들은 샌드위치처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리란 생각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반대로 부하 직원들은 굳이 이걸 해야 할 필요성은 둘째치고 자신이 받아들일 범위 그 이상의 일을 시킨 다는 것의 거부감과 관리자의 오만함 때문에 사직서를 항상 마음에 품고 다닌다. 또한 사소한 꼬투리에도 이상하게 집착하는 상사는 도저히 같은 인간이 맞는지 조차 의문이 들정도니 돌아버릴 지경일 것이다. 건빵 20개는 입속에 집어넣은 듯한 답답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본다.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이유와 해결책은 많겠지만 처세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키울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애먼 꼬투리를 잡힌 이유나 아니면 다른 이한테는 안 그러면서 나한테는 네 가지 없게 구는 이유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맺고 끊음 그리고 사실과 거짓처럼 흑백처럼 나눠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굴욕적이라도 구부릴 줄 알아야 하며 창피할 때는 뻔뻔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어쩌면 살아남는 법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내가 요점으로 삼았던 주장은 설득은 사실관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득은 감정이다. 내가 사는 도시 특성상 민원인을 상대로 맞짱을 뜨는 사람들이 많은데 중요한 건 법대로, 규칙대로 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틀리더라도 자존심이 상한 이상 오기로 더 주장을 밀어붙이고 말을 함부로 했기에 더 선을 넘을 수밖에 없다. 입장 바꿔보더라도 그런 경우가 분명 있다. 누군가는 원칙대로 공정하게라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소통하는 입장에서는 그건 뜬구름 잡는 소리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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