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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l 06. 2024

분리된 세계 : 아이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2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이십 삼 번째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년 하고도 하루 전이었던 7월 7일. 대통령 사저에서 총소리가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셔츠를 입고 있던 대통령 조브넬 모이즈는 난사를 당하여 즉사한 채로 누워 있었고 영부인은 부상을 당했다. 국가를 대표하고 통수권자인 한 나라의 리더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괴한들의 침입으로 목숨을 달리 한 것이다. 국가원수가 있는 곳이 한 밤에 쉽게 털릴정도로 취약하다면 이는 그 나라의 치안 환경도 어떠한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신이라 생각했던 프랑수아 뒤발리에

그것뿐만 아니다. 흑인 노예들이 혁명을 일으켜 흑인 노예국가에서 세계 최초로 흑인 노예 주도의 독립한 근대 국가가 되었던 아이티는 자부할 만한 역사와 전통이 있었지만 냉혹한 현실이 뒤따랐다. 첫 번째로 제국주의 국가와 패권에 의해 힘없이 스러져 갔으며 국내의 정치 갈등이 상당히 심화되었고 이에 따른 피해 또한 극심하여 아이티 사회 환경이 하루아침에 무법지대로 전락하게 된다.


세계 역사상 기행으로 유명한 독재자 중 한 명이었던 프랑수아 뒤발리에가 장기집권을 했던 국가였다. 뒤발리에는 초창기에는 친근한 아저씨 내지는 의사 선생님의 이미지로 아이티 국민에게 인기를 한가득 입고 당선되었지만 쿠데타 진압과 건강 문제로 의심병과 함께 권력의 화신이 되어 부정선거로 장기집권의 길과 함께 아이티에 지옥을 선사하게 된다. 그의 집권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찍혀 감옥에 끌려가 말 못할 고문과 혹독한 환경에서 죽어가야만 했다.


아이티의 전통이었던 부두신앙에 몰입하여 스스로 부두교의 신이자 아이티의 하나님이라 여겼고 자신의 이미지를 무섭고 음침하게끔 하여 국민들과 정적들에게 공포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또한 자신을 국민의 영적아버지 내지는 현대사에 가장 위대한 인물, 민중의 해방자, 국민이 창조한 신 등등의 미사여구로 자기를 찬양케 했으며 아이티 내 공업 시설과 농지를 국유화하여 자기와 최측근의 돈 나오는 자판기로 전락하게 만든다.


끝나지 않은 그의 욕심은 자기 자신의 아들이었던 장클로드 뒤발리에에게 세습하고 천수를 누리며 사망한다. 아들도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쿠데타로 실각하게 되었지만 약 9억 달러의 돈을 횡령하고 미국과 프랑스를 오고 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민주화로 아이티 내부가 희망으로 가득 부풀어 올랐지만 갈길이 먼 와중에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오고 만 것이다.



진흙쿠키. 아이티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삶이 어떠한지 확실히 알 수 있는 키워드다. 2010년 아이티 전역에 지진이 강타하여 21세기 최악의 재난으로 불릴 만큼 피해가 어마어마했는데 사망자만 약 20만 명에 이르렀고 경제적 피해는 전체 GDP의 70프로가량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렵고 내부도 불안정한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난까지 일어나 아이티는 가장 안타까운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때 당시의 피해는 대통령 관저를 박살 냈고 닥쳐올 대통령 피살사건의 보안 취약의 단초를 제공해 준 원인이 되었다. 16년에는 허리케인이 몰아닥쳐 겹겹악재를 만들어 나라사정이 궁핍하다 못해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만들어 버렸다. 연이은 재난과 국내 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가중되다 보니 재해 복구는 진척이 되지 않았고 이런 인외마경 속에 소말리아와 같은 군벌과 갱단이 곳곳에서 일어나 아이티의 행정력은 바닥을 기게 만든다.


24년도 현재 갱단과 자경단이 서로 싸우고 빼앗고 온갖 범죄가 일어나는 상황이라 누가 자경단이고 누가 갱단인지 모를 정도이며 교도소 죄수들이 대규모로 탈출하여 갱단에 합류하거나 군벌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유혈사태가 심화되는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티의 국민들이 끊임없는 고통을 받고 있으며 경제활동에 집중해도 먹고살기 힘들 판이지만 그들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생존만을 위한 투쟁을 매일 이어나가고 있다.


재해가 연이어 닥치는 아이티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지금도 태풍이나 지진 홍수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티 사정을 정확히 모르지만 이어지는 삶을 위해서라도 아이티 지역 그 자체를 떠나는 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그나마 그런 선택지라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티 내에 모든 것이 있고 아이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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