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42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사백 이십 구 번째
순서가 잘못되었다. 참으로 오만했다. 아니 그건 너무 나갔고 그냥 크게 착각했다. 완전함을 갖추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스스로 멍청했음을 시인하고 있다. 식견이 좁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아직 멀었다. 요 근래 느끼는 바가 크긴 하지만 주변에는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좋은 방법들이 널리고 널려있다. 하지만 태도부터 그랬으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던 것이다.
무슨 말이냐? 불완전함에서 완전함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극히 상식임에도 여전히 완전한 상태를 갈망하고 그 상태를 갈망한 채 움직이려 했던 것이다. 애초에 선결조건이 "어느 정도". 완전함이 있다는 전제하에 움직이려 했던 것이 나를 반성케 한다. 이 부분이 사실 별다를 게 없어 보이긴 하는데 막상 내 입장에서, 내 관점에서는 크게 느껴진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어느정도 갖추고 움직이려 했다는 것이 정도껏 해야 먹히는 데 이 한도를 이빠이(?)땡겨 놓았다 보니 복지부동이었던 셈이다. 흔한 예로 공부를 하러 간다거나 운동을 하러 간다거나 할 때 결과적으론 그냥 가서 하면 끝이다. 다른 붙일만 한 조건이 없다. 하지만 어느새 제동이 걸려있다. 날씨부터 감정, 상황 등등 정말 여러 가지가 가면 끝날 것을 계속 시간을 끌게 하고 결국 못(안) 가게 만든다.
그냥 하러 가면 될 일을 어느새 나만의 기준과 조건으로 여기저기 걸어놔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냥"이라는 말이 물론 쉽게 나올 수도 없는 말이고 그냥 하기가 쉽진 않지만 여하튼 너무 걸어놓았다. 어느 정도 불완전한 상태는 필연적임에도 거부한 채, 불완전함을 불안으로만 인식하고 그냥 시간만 끌어왔다는 것이 상당히 뼈아프다.
이 또한 경험으로 이제야 느껴 그 가르침에 대해 온전히 내면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 투자라고 생각할 순 있다. 되게 간단한 문제를 되게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사람이 감정으로 먹고사는 동물인지라 감정의 영향으로 인해 그날 하루 담판 짓는다. 그런데 감정이란 녀석은 굉장히 불완전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감정조차 불완전한데 이 감정에 대해 뭔가 픽스해 놓고 시작한다는 생각이 말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리고 설령 픽스 해놓아도 계속 있는다는 보장도 없다. 기분 좋은 채로 임하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기분 좋은 게 항상 있는 것이 아니듯이 이런 대표적인 "감정"이라는 조건조차 근본적으로 불완전하기에 이런 불완전함에서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하지만 나는 어느새 좀 더 자고 나면 할 줄 알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할 줄 알았다.
감정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이 또한 불완전하다. 사실 따지고 들면 모든 것이 불완전하기에 어떤 조건이 갖추어진 채 시작하기란 대단히 어려워지고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어떤 장치를 걸어놓았나 따져보면 감정에서부터 여러 가지가 걸려있었던 것 같다. 순서가 잘못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갖추어진 채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갖추려고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