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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성장일기 53

by 포텐조

벽돌시리즈 오십 삼 번째

시간이 되는 멤버들끼리 모임 전에 모여 밥을 먹으러 갔다. 식당이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그런지 유동인구가 많았고 화려한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콘푸로스트 먹은 호랑이처럼 왠지 모를 힘이 솟는다.

적막 가득한 집밖으로 나와 시끌벅적한 세상을 구경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허세 부리자면 도시남자 체질(?)이라 그럴 수도 있다. 밥을 먹은 후에 모임을 하다가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이다. 구한말 궁궐 신하들이 흑백영화를 보며 화들짝 하며 신기해하던 시절을 지나(너무 멀리 갔나?) 이제는 뭐만 하면 영상이 흘러넘치다 못해 일상이 영상이고 영상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희한하게도 영상은 역동적이지만 사람은 반비례로 정적으로 변해간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영상을 보고 야외활동을 잘 안 하게 된다. 우리 때만 해도 모래운동장에서 흙도 먹어가며 야무지게 땀 흘리며 놀던 시절이 이제는 선택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그리고 수많은 영상 플랫폼들이 대중문화에 깊게 침투할수록 사람들의 일상을 더 면밀히 관찰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지만 그만큼 사생활 노출에 대한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기꺼이 사생활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이제는 공중파에서도 대세인 만큼 일반인들의 사생활도 대놓고 보여지고 있다. 가까이 보이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가서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즉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본인의 언행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게 되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듯 불특정 다수 중 누군가는 분명 좋아하거나 구독이나 좋아요로 관심을 표한다. 그리고 그 맛에 계속 영상을 올리고 욕심에 보다 더 큰 스케일로 아니면 더 노골적인 모습으로 대중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나의 영상에 사람들이 환호하거나 좋아하면 나도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느낄지 모르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언제 어떻게 노출로 인한 피해가 생길지 모르는 메커니즘이 영상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


예전만 해도 글이나 영화 같은 경우 그리고 영상을 직업으로 삼는 연예인이나 공인들은 인프라와 기술적인 한계와 더불어 단기적이거나 일부분만 공개하여 적어도 본인만의 사생활을 자의든 타의든 지켜나갈 수 있었다. 글 같은 경우는 제 아무리 떠들어도 자기 생각이기에 뭔가 논란이 된다면 글의 전체 맥락으로 적어도 교차검증을 할 수 있지만 영상 같은 경우는 적어도 몇 분을 환산하면 몇백 몇천 초가 되어 수많은 컷을 남긴다. 그러기에 그 흐름 속에서 자기가 한 언행들이 온전히 자기 모습으로 공개가 되어 억양과 딕션이 없는 글에 비해 확실한 느낌을 주기에 대중에게 인식이 더 잘되는 것을 더불어 한 컷을 따와서 누군가에 의해 왜곡이 된다거나 책잡히게 되면 그 피로감이 상당하다.


수습을 한다 치더라도 진짜인지 아닌지 영상을 봐야 하는데 이때는 오히려 글에 비해 직관성이 떨어진다. 영상을 시청하려면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 컷을 제대로 봐야 하는데 인식이 박혀버린 대중이 얼마만큼 문제의 영상을 다시 볼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상에 대한 노출과 그에 따른 책임이 굉장히 무겁고 나는 개인적으로 영상을 매개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상당히 치밀하게 설계해야 하지 않나 싶다.


영상 또한 자기 영상이면 자기 책임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흔히 유튜브로 대박 친다는 말에 혹해서 너도나도 브이로그를 찍거나 아니면 관심 삼아 올린다고 쳐도 부정적인 면도 온전히 자기가 감당해야 하기에 쉽지 않다고 본다. 나도 유튜브에 관심이 있지만 아무래도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글조차 조심스러워하는데 영상은 오죽하겠나라는 생각이 이에 비롯된다.


영상만큼 확실한 게 없지만 영상만큼 위험한 표현수단도 없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나치의 괴벨스가 라디오를 넘어 영화에서 그리고 연설에서 온갖 제스처를 취하며 대중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무대위치와 조명까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했는지 감탄할 정도다. 인간은 시청각의 동물이다. 자극을 차지하는 비율 중 강렬한 것이 시각이며 오늘날 인지심리학의 대부분의 연구는 시각을 매개로 진행 중이다. 이미지의 강렬함은 프로파간다 더 나아가 개인적 차원에서 사람을 매혹시키고 움직이게 한다. 미국의 슈퍼볼 광고 몇 초 나가는데 기업들이 몇십억씩를 기꺼이 투자하는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여하튼 영상의 시대에 사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축복만큼 위험요소도 상당하기에 그에 따른 노출과 비판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다면 영상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가끔 멤버들에게 나는 코미디쇼 같은 개그프로를 나도 해보고 싶다는 반농담 반진담을 던지기도 하는데 겁쟁이인지 나는 영상이 때론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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