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성장일기 54
벽돌시리즈 오십사 번째
나는 물먹는 하마다. 물을 굉장히 자주 마셔서 그런지 주변에 2리터 페트병이 나도 모르게 널리게 되면 모아서 분리수거를 한다. 쓰레기통에서 재활용 마크를 보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은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계속 돌려쓰는 것은 환경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므로 재활용 마크는 이러한 선순환을 의미하는 표시다.
우리 일상에서도 순환이 있다. 나도 모르고 철수도 모르고 영희도 몰랐던 그 거대한 메커니즘이 하루하루 보내는 와중에 열심히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의 하루는 단편적으로 인식을 해서 그날 하루, 길어봤자 일주일정도를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거나 뭐 했는지를 생각하는데, 이 거대한 순환의 공장에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토대로 나의 계획, 나의 행동 모든 것을 컨트롤한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시스템은 돌아가고 있으니까. 순환시스템의 전체책임자가 본인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본인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사실 각 잡고 깨닫지 않는 한 모를 수도 있다. 담배나 술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그날 스트레스받았다고 한두 병씩, 한 갑씩 하면서 노고를 잊으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의사들이 자제하라는 조언에는 먼 훗날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별거 아닌 걸로 생각하기 쉬우나 점차 순환으로 돌아가다 보면 누적되고 또 누적이 되어간다. 결국 바늘도둑 소도둑된다고 결과는 점점 커져 돌이켜보니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루에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든 언행들, 이미 체득된 습관들이 순환으로써 결과를 도출해 내고 그 결괏값에 따라 다시 돌아간다. 담배 피우다가 건강에 문제 생기는 것을 알자 오히려 그것 때문에 한숨 쉬며 또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순환은 기본적으론 잘잘못을 따지거나 가치가 부여된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것을 인식하고 어떤 식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이게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큰 문제 될게 아니다라 생각하면 그것은 악순환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나는 굉장히 좁게 나의 하루를 판단해 왔던 것 같다. 그날 계획하고 체크하고 하는 식으로 오늘에 집중하기 위해 신경 썼으나,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하위목표들을 설계하고 그것을 따라가려는 작업을 아등바등하고 있었지만 어찌 보면 더 큰 경계 안에서 순환은 귀엽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달성하려 하지만 이미 설정된 순환은 유지시키려고 나를 다시 제자리에 위치시키고 뺑뺑이를 돌린다.
이렇게 설명하니까 추상적으로 들릴순 있는데, 예를 들어서 내가 다이어트한다고 헬스장을 등록하고 매일 운동한다고 다짐하고 나가려 하지만 이미 자리 잡힌 소파에서 감자칩 먹기를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나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감자칩 먹고 넷플릭스 보며 누워있으면 그것만큼 편한 건 없고 세상만사 다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리고 그냥 하루정도 아니 몇 시간 정도는 이렇게 나를 위해 마련된 시간을 즐기자고 합리화할지는 모르나 이러한 삶이 계속되면 다이어트와 감자칩 먹고 누워있기는 양립될 수 없는 것이며 또 이미 박힌 돌인 감자칩 먹기는 "어디서 굴러온 놈이 나대냐"라고 무시하고 쫓아내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한마디로 습관이 차지하는 삶의 패턴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영향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한 번의 행동에 따른 결과들이 또 다른 원인이 되어 그 행동을 촉진하게 되고 다시 결과를 도출해 내는 순환을 통해 우리 일상의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습관을 바꾸는 데는 순간적인, 그리고 단기간적인 다짐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닌 게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되는 것이다.
비약하자면 습관은 일상이고 일상이 곧 습관이기에 나도 모르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가끔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머리를 감싸기도 하지만 사실 흑막은 습관이든 뭐든 자기가 행한 순환시스템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순환시스템이 내가 막대기 들고 쫓아가서 때린다고 바뀌는 것은 아니라서 못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틀린 말이다. 결국 이 공장의 주인 또한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습관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습관 그리고 새로운 언행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다만 시간과 세밀한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기존 순환의 변수들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짜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예전에 습관을 다룬 책들을 읽어보면 "아니 무슨 이런 것까지 해야 해"라고 귀찮고 의심이 가기에 애초부터 가뜩이나 필요한 변화의지가 꺾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100프로 맞다고는 볼 수 없지만 세밀한 계획과 B플랜을 세우는 것은 동의한다. 옛 습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새로운 습관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