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54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오백 사십 사 번째
오늘은 약속장소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멍도 때려보고 인터넷도 살펴보고 하다가 슬슬 멤버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자 진행을 했다. 오늘 나온 여러 이야기들 중에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는 데, 나는 처음에 희극인들 즉 코미디언들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전했다. 다른 멤버들의 생각에서도 여러 직업들, 대표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중요시 하는 직업들이 나왔다.
발제가 나오자마자 떠오른 "코미디언"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로봇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웃긴다는 것은 굉장히 정의하기 난해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일단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표정도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하나의 포인트이며, 말투나 억양 그리고 멘트의 내용도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기에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해 보면 시간문제지, 대체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멤버의 의견을 다시 들어보면서 진짜 대체 불가능한 직업이 딱 떠올랐다. 바로 종교. 정확히 말하면 각 종교의 사제들이나 지도층은 세속적인 입장에서는 그들의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영역도 생각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들어올 틈이 더욱 없을 것이며, "왜 저런 걸 믿지?"라고 의문이 들 수 있겠으나 지금도 여전히 종교는 몇십억 명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혹은 문화로써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개신교인이지만, 현재 메이저 한 종교들은 물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혹은 차라리 새로운 종교가 탄생할지언정 종교의 종말은 생각해 볼 수 없다. 흔히 과학과 종교의 대결이라 하지만 종교는 인간이 가진 모든 영역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대상을 믿는 일련의 활동 집합이기 때문에, 차라리 고도로 발달된 기계교, AI 교, 과학만능교 등이 출현한다는 전망이 더 현실적이다. 인간이 바라보는 모든 것은 결국 객관적 진실보다 믿음이 더 앞서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거룩(HOLY)은 히브리어로 '코데쉬(kodesh)'라고 하며, "분리함"을 뜻한다. 이 말은 거룩한 존재인 신 혹은 초월자는 인간의 영역과 분리되어 있기에 거룩하다고 여겨진다. 애초에 공간을 분리시켜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영역을 거룩한 곳, 즉 신이 머무는 곳이라 생각했던 고대 중근동사람들의 생각과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크게 다르지 않다. AI가 고도로 발달되면 인간은 더 이상 도구나 수단으로 보지 않고 분리된 존재인 신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