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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안녕하십니까?

대학원생의 100일 성장일기 6

by 포텐조

벽돌 시리즈 여섯 번째.

글을 쓰는 현재는 오후 1시 일요일이다. 주말은 언제나 좋고 언제나 옳다. 대부분의 주말 출근 이외의 사람들에겐 주말은 꿀 같은 휴식이고 개인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늦게까지 자도 뭐라 할 사람도 회사도 없다. 하루종일 밀린 드라마나 영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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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만의 일요일은 다를 것이다. 위와 같이 휴식을 하거나, 집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일요일이다.

헌데 나의 일요일은 다르다. 근데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뭔가 유대감이 들기도 하다.

나의 일요일은 무기력하다. 나른하고 낮잠만 무진장 자다 보니 몸이 너무 풀려 기운이 없다. 쉬는 건 당연히 좋다지만, 이게 내가 원하는 만큼 쉬는 건지 아니면 할 게 없어 선택지가 싫어도 계속 잠만 자야 하는지는 각각 다른 것이다. 정말 빡세게 주중에 활동한 사람에겐 주말은 좋지만. 나에겐 주중이나 주말은 똑같고 심지어 주말이 더 힘 빠질 때가 있다. 이런 문제가 "일요병"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나오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사실 직업상관없이 모두가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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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직장인 같은 경우엔 주중에 일과 사람 때문에 하루종일 치이다 보니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 활동을 하다 보니 움직일 기력이나 역동적인 감정등이 존재한다. 근데 주말이 되면 이게 분리가 된다. 토요일은 여하튼 고되다 쉬니 좋다. 그렇지만 다음날 일요일은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면 문득 할 게 없다. 할 게 없다는 게 나름 좋은 것 같아도 한두 번이여야지. 누적되다 보면 점점 무기력의 늪으로 들어오게 된다. 마찬가지로 개인 시간이 많은 사람들도 일요병이 생기는 이유는 주중의 환경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거리나 도시가 역동적인 면이 있다. 밖에 나가면 카페가 열리고 분주하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고 뭔가 활기가 있어 보인다. 그런 활기가 나에게도 영향을 주는 듯 하지만 일요일은 모두가 집에 들어가 있거나 특정 명소나 장소에 몰려있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다. 연락도 안 온다. 프리랜서나 나 같은 학생에겐 일요일은 환경적 요소도 요소지만 집중할 게 없으니 또 무기력하다. 직장인이든 무직이든 일요병의 핵심은 집중할 수 있는 개개인의 활동 부재이다. 친구나 만날 사람이라도 있으면 주말은 즐겁지만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이를 사회적인 문제, 거시적인 문제까지 논해볼 수 있겠지만. 거창한 거 필요 없이 그냥 개개인의 삶이, 약 2년 전만 해도 나의 일요일은 무기력했다. 지금은 나아지긴 했으나 때에 따라 여전하다. 주변에 친구가 없다 보니 뭔가를 하자니 혼자 하긴 그렇고, 나가서 할 게 없다. 누군가와 연락이 되어 정말 사소한 이야기라도 주고받으면 그나마 괜찮긴 하지만 일요일은 모르겠다. 다들 놀러 갔나 보다. 부럽고 질투가 나기도 하며 나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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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게 되면 무기력하고 무기력하면 우울해진다. 비약일순 있으나 무기력하면 잠만 자게 되고 이런 나의 모습이 싫어지고 우울해지기까지 해진다. 집에만 있다 보니 고독감을 느낀다. 고독은 또 우울해진다.

이런 연쇄적인 감정을 겪다 보면 심각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나를 케어하기 위해서라도 주말이나 할 거 없는 시간에 집중할 무언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취미든 일이든 사소한 그 어떤 거라도 좋다. 대게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것 아냐? 그냥 하면 되지"라고 하겠지만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기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취미가 없는 게 고민인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겐 "취미를 찾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목표이고 하나의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 좋아하는 게 없으면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 취미가 막 거창하고 어디 해안가에서 서핑이라도 해야 되는 줄 알 수도 있지만은 남들이 보기에 "저게 뭐야?"라고 생각하는 아주 사소한 것도 취미가 될 수 있다. 아니 내가 좋으면 장땡이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보면 기력은 생긴다. 무엇보다 출발점은 본인의 상태를 분명히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쉬고 싶어서 쉬는 건지, 아니면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집에만 있는 건지를. 외면하지 말고 나를 위해 일요일을 살펴보자.

나의 "일요일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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