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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하는 소에겐 박힌 화살은 안중에도 없다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7

by 포텐조

벽돌 시리즈 일곱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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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머어~~~음머

감기 걸렸다. 코로나인줄 알고 호다닥 병원 가보니 다행히 1줄떴다. 몸은 가라앉고 목은 아프다. 춥다.

이걸 여기에 남겨봤자 의사 선생님은 안 보시는데.... 여하튼 그게 아니고 성찰하는 김에 그동안의 나의 역사를 보자면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작심삼일을 넘기고 가다가 스트레스인지 뭔지 모르는 몸살이나 감기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가뜩이나 매일매일 변화도 힘들어 죽겠는데(물론 다른 사람에겐 나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분명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것이지만.). 감기에 걸려버리니 나에겐 좋은 명분이 생긴 것이다.

"아 좀만 쉬자 너무 무리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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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선 말한다. "목표했던 행동은 끝났어요~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하튼 오늘은 아니에요~" 그렇다. 작심삼일이든 이틀이든 칠일이든 이런 식으로 무너진다. 질병 혹은 의도치 않은 장애물이 닥쳐오면 충분히 쉬거나 다시 정비하고 이 보전진 일보후퇴하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나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평소에 그 마저도 오히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 이러쿵저러쿵 시간만 늘어뜨리고 마감시간 가까이 돼 가면 그제야 했는데, 의도치 않은 질병이나 장애물은 왠지 모를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환영 내지는 묘한 기쁨이 들었던 과거를 신부님에게 고해성사하듯이 글로 써본다. 이렇게 내려놓게 되면 마음은 잠시 불편하지만 다시 돌아온 나는 몸은 편했다. 침대에 드러눕고 열심히 자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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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듯이 20대 대부분을 그런 식으로 보내니 이제는 마음이 너무 불편하니 몸도 불편해진다.

"이게 아니잖아..." 쉴 필요가 있을 땐 반드시 쉬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고 둘러대며 시간만 끌며 미루는 내가 이제는 지쳐간다. 그동안 나에게 변화는 완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무언가 거창하고, 집중하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고, 시간도 맛있게 써가는 것을 상상했지만.

지금 당장 누워서 잠만 자는 나에겐 손가락 움직이는 것부터가 변화라는 것을 깨닫는다. 0.01도 못하는데 하루아침에 1을 하려니 과한 욕심이자 절대 이루지 못할 망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달성을 못하니 계속 나 자신을 자책하고 채찍질을 하니 누구 좋으라고 변화한다는 것인지 본 목적도 잃어버린 셈이었다.

여하튼 다시 돌아와, 오늘 글도 몸이 가라앉아 안 쓰려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100일 성장일기인데... 하루 빼먹으면 후회한다는 생각이 커서 쓰는 게 낫다 판단하고 이렇게 써본다. 또 막상 앉아서 하게 되면 탄력을 받게 되는데 그 앉는 과정이 힘든 건 맞다. 개개인마다 일상에서 특정한 힘든 부분이 각기 다를 텐데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출발점은 다르고 각자의 변화는 사람들의 얼굴만큼 다 색다르다. 그렇기에 오히려 개성 넘치고 자기만의 삶을 온전히 자기가 책임진다는 것은 어쩌면 힘들지만 재밌기도 한 일상이지 않나 싶다. 영상 속 투우 장면에서나 아니면 초원에서 자극을 받은 소를 보면 무작정 한 곳을 향해 돌진한다. 그런 소나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창을 던지거나 화살을 쏘더라도 쓰러지기는커녕 더 열심히 돌진해 온다. 소에게는 오직 한 곳만 보인다. 자기에게 박힌 화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들이받으러 온다. 음머어~~오늘 나에게 말해 본다. "너도 어서 일어나 달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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