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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Oct 25. 2023

내가 31도 아니고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68

벽돌시리즈 육십 팔 번째

천상천하 유아독존!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 맞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나로 인해 세상이 움직이고 내가 세상을 인식하기에 세상이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내 삶에서 내가 당연히 중요하니까. 다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은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닌 사회적 동물이기에 나의 삶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삶에 자기도 일부 속해있기에 서로를 인식하고 알아가며 친교하고 한편으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인간관계가 자살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들, 아무리 자아가 중심에 잡혔더라도 상처에 또 상처가 나서 곯아 결국 세상을 마감한다는 것.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우리 모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역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인간관계는 한정되어 있고, 그리고 지인들 혹은 멤버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어떤 행사나 일을 같이 추진할 때 가끔 생각이 다르다. 물론 운영자인 내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다른 이들이 주는 피드백이 소중한 의견 또한 맞지만 가끔은 스트레스 받는다. 열도 받는다. 그리고 자책을 하기도 한다. 왜 내가 고통받는지 모를 상황도 처한다. "내가 니들 입맛 다 맞추려고 이짓하고 있냐"라는 다소 거친 언행을 내뿜고는 싶지만 묵묵히 안고 간다.


그래서 예전에는 노사갈등에서 회사 측이나 갑에 대해 악마화, 혹은 그에 준하는 나쁜 인간들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보수적(?)으로 변하는지 뜬금없는 생각인지 모르나, 어느새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회사의 입장과 노동자의 입장은 다르고 보는 시각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갑질하는 회사나, 악명 높은 혹은 이름난 블랙기업을 포장해 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만 내 입장이라 그런지 회사나 혹은 대표의 입장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게 있더라.


그에 비하면 작디작은 지역 내 조그마한 청년공동체 아니 동아리를 운영하는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 분수에 맞지 않을 것일까? 하지만 소상공인이든 대기업총수든 스타트업 대표든 다 똑같은 생각을 하리라 본다. 자기 일이 곧 자기 가치가 되는 프리랜서도 이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기존 생각하던 방향과 목표가 있는데 어긋나는 의견들과 모두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나만을 위해서인지 하는 피드백의 경계선에서 머리들이 아프다.


거창한 것도 필요 없다. 그냥 인간관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얻는 스트레스, 혹은 너 잘되라고 하는 의견들.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받아들이고 합의해 나가는 과정은 물론 당연히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것도 문제인 것은 맞다. 다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너무 많은 의견 혹은 부당한 비판,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고집등에 시달리다 보면 누가 잘못된 건지도 헷갈릴 때가 있다. 나처럼


"내가 지금 잘못 가고 있나?" 자책을 하게 되는데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노라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애매모호하고 머리 아픈 균형 맞추기는 필요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선 적어도 인간관계에서 내가 책임질 위치에 있다면 자기 결정과 의견에 대해 밀어붙일 필요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아집과 독선이라 하겠지만.

카페에 수많은 손님 중의 하나가 인테리어가 어쩌고 커피맛은 어쩌고, 가격은 또 이러니저러니 하며 잔소리한다고 해보자. 여러분은 그 손님이 하시는 모든 말씀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무슨 X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합의나 의견존중에 대해선 기본으로 갖춰야 할 인성임은 틀림없으나, 다만 일이나 업무의 방향성이 이미 기존에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을 흐리려는 피드백을 포장한 자기를 위한 생각을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묘하게 선 넘을 듯 말듯한 피드백에서 누구를 위한 의견인지 사리분별하기가 정말 애매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에는 어쩔 줄 모르겠으나 시간을 두고 전후 맥락을 살펴보고 이전에 계속 뜬금없는 행보를 보여주던 사람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고, 같이 가면서 아주 가끔 던지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각자 자기 인격을 보존하고 우선한 채로 고려해야 할것이다.


기분이 나쁘다고 그 사람을 욕한다거나 앙심을 품는다면 나중에는 또 일정 부분 맞는 부분도 있어서 난감할 때도 있고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또 자책하게 된다. 그래서 머리는 아프고 스트레스는 받지만 최소한 자기를 위해 전후 맥락을 보고 거를 건 걸러야 한다.


상처받기 쉬운 영혼이 말한다.

 "내가 무슨 31가지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니들 입맛 하나하나를 왜 다 맞춰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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