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려본다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죽음 속에 우리는 허리까지 잠겨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두렵기만 합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 ” < 거울 / 이성복 >
지산동에서 장원봉을 오르다 깻재에서 잠깐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우울증 환자라고 밝힌 그 사내는 8년 전 직장을 잃은 후부터 매일 산을 오르내린다고 했다. 약도 먹어봤고 종교에도 의지해 봤지만 우울증은 차도가 없다. 주름진 얼굴을 펴지 못하는 59세의 그 사내에게 내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다행히, 사업가 친구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젊은 시절,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거울에 비친 험상궂은(?) 자기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울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 친구의 사업은 잘 풀려나갔다. 나는 사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거울 하나 가지고 다니세요. 그 거울에 자주 얼굴을 비춰보며,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을 만들어보세요!”
이성복 시인은 ‘거울 속에 가득한 당신’이 ‘세상’이라고 말한다. 핸드폰 셀카 렌즈를 나에게 돌려 핸드폰 속 내 얼굴을 본다. 주름진 무표정한 얼굴이 나타난다.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본다. 거울 속 당신은 누구인가. “(---)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거울처럼 당신은 나를 보고 계십니다 < 거울 / 이성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