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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hdcafe Dec 31. 2023

초1adhd일기_에필로그

입학식은 코시국이라 정문에서 헤어지고 후일에 동생의 사진첩에서 네 얼굴을 발견하였다. 너를 학교에 보내놓고 마음이 휑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다행히 봄부터 나도 방통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서 뭔가 몰두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너를 기다리는 그 긴긴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버텼을까?         

       

4월부터인가 다음 카페를 시작했다. 밤을 새워 자료들을 업로드해나갔다. 4월 말에 초등부모, 중고등부모, 일반인 각각 세 그룹의 adhd 독서동아리 멤버를 모아서 독서활동을 시작하였다. 지난 1년 동안 그 동아리에서 독서하면 배우고 깨달으면서 버텨냈던 것 같다. 다시 그 시간들로 돌아간다 해도 그보다 더 잘 살아낼 자신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뼈를 깎아내듯 살을 발라내듯 열심히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웠다.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 모두와 싸웠다.       

   

아이는 3월에 입학을 하고 두 주 정도 지나고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왔고 아이에 대해 오픈을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어설프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싶었다. 그리고 4월은 잔인한 사월이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바보라는 소리에 대성통곡하고 돌봄 교실에 선배들이 아이와 트러블이 생기고 급기야 화장실에 못 가고 큰 실수하기까지, 정말 이렇게 다사다난할 줄이야.      


아이가 못 적응하면 홈스쿨링하자고 생각한 마지노선이 여기 소규모 학교였다. 벼랑 끝 심정으로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때마침 <초등 자존감 수업>을 읽으며 내 마음을 다잡았다.      


남편과 같이 담임선생님과 약속을 잡고 남편과 같이 상담을 했다. 주완이에 대해 가능하면 솔직하게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든든한 협력자가 되어주셨다. 지나고 나니 그리 감사할 수가 없었다. 바람 잘 날 없었지만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


아마도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특별한 아이를 만나 그와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하는 것.


엄마의 불안 때문에, 주의의 시선 때문에

마을에 못 섞이면 아이는 나쁜 기억도 생기지만

좋은 추억도 가질 수 없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감내해 보자.


박완서 님은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참척의 슬픔을 삼키며, 그날에도 사이로 음식을 씹어 삼키고 있는 자신의 적나라게 토로했던 글이 있었다.


그에 비할 바인가! 내 아들은 살아서 생동하는 존재이다. 그 영혼을 다치게 하지 말자고 다시 또 다짐하고 다짐한다. 작은 언어의 바늘로도, 큰 언어의 창으로도 찌르지 말자,1 소중한 보물 다루듯이.


아마 못할 것 같다. 또 무너질 것 같지만, 그런 순간에도 또 결심하고 또 결심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보자.


하나님께서 느린 아이의 부모 됨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넘어진 나를 일으켜 주심을 인하여, 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샘솟는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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