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한 평 남짓한 세탁실 안에 들어가 봉지 과자를 먹고 있다.
봉지 과자 입구가 퍽! 하고 뜯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마음 깊은 곳 단단하게 자리 잡았던 스트레스 덩어리에 금기 가기 시작한다.
감자 과자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마음속 덩어리는 빠지직 부서지고 어느새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이렇게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3~5개의 봉지 과자를 입안에 우걱우걱 넣으며 마음속 따가운 열기를 억누른다.
‘휴… 오늘도 네가 나를 살렸구나.’
봉지 과자에 대한 나의 넘치는 사랑은 이십 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자영업을 하셨던 부모님은 늘 바쁘셨고 부모님이 채워주지 못한 마음속 빈자리는 항상 절친한 친구들이 챙겨주었다.
우리의 아지트는 항상 우리 집 이층이었다. 일층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 2층은 동생과 내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부모님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 우리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하원 후, 주말 등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우리 집 이층에 친구들이 모였다. 우리의 아지트에 만나기로 약속한 후, 시간이 되면 우리 집 건너편에 있는 슈퍼 앞에 모였다. 그리고 힘찬 발걸음으로 슈퍼 안으로 들어가 과자 판매대로 향했다.
각자가 좋아하는 인디언밥, 빼빼로, 감자칩, 감자깡, 고구마깡, 쵸코 송이, 포테이토칩 과자 등 여자 네 명이 각자 다섯 개 이상의 과자를 집어 품 안 가득 고이 담았다.
대략 스무 가지의 과자를 구매한 후 우리는 아지트로 향했다.
거실 TV를 켠 후 나름의 방식으로 앉거나 누워서 각자가 먹고 싶은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나는 변함없이 제일 먼저 감자 과자를 먹었다.
어느 날 친구들이 일층 가게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 후 엄마는 나에게 넌지시 한 마디 건넸다.
“과자 좀 그만 먹어라. 몸에도 안 좋은 걸 왜 이렇게 많이 먹어. 만들어서 먹는 것도 아니고…”
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유레카를 발견한 듯 두 눈이 번쩍 떠지기 시작하며 엄마에게 폭풍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과자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어떻게?”
“너희 어렸을 때는 엄마가 다 만들어서 먹였어. 기억 안 나? 감자 과자?”
그 순간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 준 감자 과자를 주인집 언니, 오빠와 맛있게 나눠 먹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때부터였을까? 과자를 향한 나의 사랑이…’
엄마를 닮아서인지 쌍둥이들도 과자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엄마가 과자를 먹는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런 거 같다. 어느 날은 아들이 감자 과자를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엄마로서 짜고 자극적인 과자를 먹이는 죄책감이 들어 친정엄마처럼 과자를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친정 나들이를 간 날. 친정엄마에게 감자 과자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엄마, 어렸을 때 우리 만들어줬던 감자과자 만들 때 감자를 얇게 썰어서 기름에 튀기면 되는 거지?”
“응? 아니야. 감자를 최대한 얇게 썰어서 며칠 동안 햇빛에 말린 후에 튀겨줘야 해.”
“응? 며칠 동안 햇빛에 말려야 한다고?”
그 순간 그때 그 시절 엄마가 우리에게 감자 과자를 만들어 주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졌다. 며칠 동안 뜨거운 햇볕 아래서 몇 시간에 한 번씩 감자를 앞뒤로 뒤집어 주며 오로지 우리를 맛있게 먹여야겠다는 엄마의 정성에 마음이 촉촉한 무엇인가로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