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추억의 맛 05화

시원한 맛, 다섯:소소한 회식

(소맥, 국밥)

by 뽀롱마미

퇴근 두 시간 전 회사 메시지 창에서 동료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오늘 퇴사맥(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 콜?”

“좋아! 안주는 꼬치 어때?”

“꼬치 말고 족발 어때요? 00동에 새로운 족발집 생겼데요.”

“족발? 너무 해비 하잖아요. 회 어때요?”

“네? 무더운 여름날 회라니요.”

텁텁하고 뜨거운 공기로 뒤덮인 여름날. 우리의 소소한 회식은 일주일에 닷새 동안 이루어지며 성수기를 맞이했다.


이십 대 초반,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회식이 제일 싫었다. 술을 잘 못 마시고 흥이라는 게 장착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회식의 일차, 이차가 국가고시처럼 느껴졌다.

‘소주는 무슨 맛으로 먹지?’

‘술 먹고 집에 가면 안 돼? 왜 꼭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아야 해?’

회식 때마다 수십 번도 내뱉었던 나의 불만들이었다.

그때 당시 근무했던 회사의 직원들 구십 퍼센트가 여자였다. 모두 소주를 잘 마셨고 뜨끈하게 취기가 오르면 노래방을 가야 하는 코스가 암묵적인 룰처럼 정해져 있었다.

“어린이날 행사 준비하느라 야근하고 고생 많았는데 오늘 다 같이 회식 어때요?”

또 회식이다. 분명 엊그제도 회식했는데…


나의 목이 한 잔, 다섯 잔, 열 잔, 백 잔… 수십 잔의 술로 적셔지면서 세월은 흘러 사회생활 경력 삼 년 차가 되었고 나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일 년 동안의 회사 생활에 대한 카테고리를 미리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

적절한 유머와 경청의 자세를 겸비한 사회생활 능력이 레벨 업!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버이날 행사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끝나고 회식 어때요?”

“운동회 행사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끝나고 회식 어때요?”

“명절 행사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끝나고 회식 어때요?”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하느라 힘들었는데 끝나고 회식 어때요?”

“오늘 기분도 우울한데 끝나고 회식 어때요?”

이 말들을 내 목소리로 직원들에게 힘차게 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름 입맛이 까다로운 나는 매일매일 회사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동료들 기분에 따라 다양한 맛집의 메뉴와 술로 회식을 제안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후, 몇몇 직원들과 함께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회사 앞 뼈다귀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자자, 오늘도 시원한 맥주로 먼저 입가심해야죠?”

“당연하죠!”

국밥이 나오기 전, 우리는 냉장고에서 차갑게 얼려진 맥주 컵에 시원한 맥주를 따라 “짠~!” 외치며 원샷을 했다. 그리고 “카~” 소리와 함께 하루의 스트레스 먼지들을 날려버렸다.

잠시 후 검은색 뚝배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뼈다귀해장국이 우리 앞에 놓였고 우리는 두 번째 술잔으로 시원하게 목을 적셨다.

“이제 소맥 달려야죠?”

“콜!입니다.”

소맥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술은 나의 목에서 미끄럼틀을 타듯 쭉 내려가고 있었다.

이가 시릴 정도의 술의 차가움을 국밥 국물로 데워주었다. 뼈다귀의 살을 발라내고 공깃밥을 풍덩! 국밥에 빠트린 후 밥과 국밥의 맛의 향연을 상상하며 수저로 흥겹게 저었다.

깔끔한 뒷맛의 소맥이 한 잔, 석 잔, 열 잔… 목으로 넘어가면서 우리의 속 깊은 이야기도 무르익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옆에는 소주 세병과 맥주 열병이 나란히 한 줄 기차를 하고 있었다.

마지막 국물 한 입까지 말끔히 비운 후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국밥집을 나왔다.


발그레해진 볼로 회식 멤버의 막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내일은 꼬칫집 어때요? 00동에 꼬칫집이 새로 생겼는데 숯 향이 그윽하게 배 있고 고소함과 바삭함이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맛집이라네요.”

먹는 거에 진심인 또 다른 회식 멤버가 기쁜 탄성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 거기 혹시 00동에 ‘하루 00 호프집’ 아니에요?”

“맞아요!”

“거기 새우튀김도 엄청 맛있대요. 크기는 대략 십오 센티미터인 왕새우고 겉에 스파게티면을 감싸서 바삭함을 더 했대요. 더 대박은! 새우튀김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새우살이 꽉! 차서 숨을 쉴 수가 없대요.”

막내와 음식 덕후인 멤버의 디키타카가 오고 가는 사이 나는 새우 크기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네? 그렇게 실한 새우를 주는 호프집이 있어요?”

“네!”

나는 굳건한 의지로 두 주먹을 하늘 위로 들며 회식 멤버들에게 외치기 시작했다.

“내일은 우리 무조건 칼퇴입니다.”

“물론이지요!”

내일도 맛있는 회식이 예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에 기분이 더 좋아진 막내 직원은 우리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우리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우니 2차로 아이스크림 어때요?”

“와!”


오늘도 우리는 술과 맛있는 안주가 어우러진 소소한 회식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며 서로 에게 외쳤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회식이 너무나도 싫었던 내가 어느새 끈끈한 우정의 회식 멤버가 생겼다.

내일을 버텨낼 수 있는 마음속 힘을 충전하기 위해 우리의 회식은 앞으로도 계속 성수기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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