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연어회)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엄마, 생선 싫어! 맛있는 음식 해줘.”
“맛있는 음식이 뭐야?”
“우리 그냥 치킨 시켜 먹으면 안 돼?”
내가 떼를 써도 엄마의 대답은 늘 같았다.
“안돼! 밥 먹어.”
매일 저녁 시간만 되면 네 식구 중 편식이 심한 나와 집밥을 고집하는 엄마 사이에 따가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집안 대대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친가 쪽 어르신들 보며 시집살이를 한 엄마는 나와 동생도 당뇨병에 걸릴까 노심초사하며 살찌는 음식 특히 배달 음식을 먹이지 않았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며 새로운 시대가 내 눈앞에 펼쳐질 거 같았던 서른 살의 어느 날. 나에게 마지막 사랑이 찾아왔다.
다정함, 세심함을 온몸에 무장한 새로운 남자 친구 K군을 만났다. 심지어 K군은 먹는 것에 진심인 미식가였다. K군과의 만남은 회사 식당 밥, 집밥이 전부였던 나의 음식 세계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퇴근 후 항상 서로의 직장 중간 지점에서 데이트했던 우리. K군은 항상 나에게 어떤 음식을 먹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K군을 만나기 전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던 나는. 지금 저염 음식들로 입이 길들여져 있었다. 그래서 항상 음식 선정권을 K군에게 넘겼다.
매일 매 순간 저녁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던 어느 여름날.
“오늘은 짬뽕 어때요? 불맛 제대로 나는 짬뽕 가게가 있어요.”
K군이 제안한 불맛 짬뽕을 듣고 바로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불맛? 불처럼 뜨겁고 맵다는 건가?’
대형 마트와 영화관, 서점들이 있는 번화가 골목 구석에 있는 중국집에 도착했다.
십분 후 주문한 짬뽕이 우리 앞에 놓였고 면을 한입 입에 넣었다. 그 순간 나의 두 동공이 커다랗게 부풀면서 나도 모르게 ‘와!’라는 탄성을 외쳤다.
‘칼칼하면서 숯불 냄새도 은은히 나고… 단숨에 흡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단숨에 불맛 짬뽕을 호로록 들이켜듯이 먹었다.
K군은 이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식가의 뿌듯함으로 두 어깨가 한껏 위로
솟았다.
그로부터 석 달 후, 야근 근무를 하고 업무 스트레스가 내 몸에 가득 쌓인 가을날의 금요일 밤.
K군은 회사 밖에서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며 오늘 밤 야식 메뉴를 추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연어회 어때요? 맥주 안주에도 딱! 좋은데...”
“회요? 저 회 싫어해요.”
“그럼 연어회 한 번도 안 먹어 봤어요?”
“네! 저는 비린내 나는 음식에 예민해서 생선류는 안 먹어요.”
“연어회는 비린내 안 나요. 오늘 나랑 도전해 봐요.”
퇴근 후 이미 업무의 무게로 지쳐 있는 나의 몸과 내가 제일 싫어하는 회를 먹어야 한다는 현실에 마음도 지치기 시작했다.
표정으로 회가 싫다는 나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던 그 순간.
“회가 그렇게 싫어요? 나 한 번 믿어봐요. 정말 맛있어요.”
연어회라서 당연히 횟집에 갈 줄 알았는데 K군은 나를 회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로 안내했다.
“횟집으로 가는 게 아니에요?”
“연어회는 이마트죠.”
마트는 생활용품과 기본 식자재를 사러 오는 곳이라고 알고 있던 나는 회를 사러 마트에 왔다는 현실이 어이없고 신기했다.
마트에서 장을 본 후 K군의 집에 간 우리. 시원한 맥주로 목을 적신 후 회의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자! 이렇게 채 썬 양파 하나를 연어 위에 얹고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봐요.”
“저 정말 회 싫어하는데…”
“나 믿어보라니까요. 어서 먹어봐요.”
억지로 꾸역꾸역 연어회 한 점을 입 안에 넣고 씹는 순간. 일그러진 나의 표정은 서서히 펴지고 어느새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뭐지? 내가 아는 회 맛이 아닌데. 솜사탕이야?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녹지? 왜 달지?’
그렇게 나의 입은 빠르게 맥주 한 모금에 연어회 5점씩 먹기 시작했다.
“지민 씨, 회 싫어하는 거 맞아요?”
연어회의 맛에 빠져 있던 그 순간, K군의 말 한마디로 분주했던 젓가락질은 멈추고 머쓱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진정한 연어회의 맛을 알게 된 나는 육 개월 동안 일주일에 다섯 번을 K군과 연어회를 먹었다.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 미식가의 신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나는 연애하는 동안 다양한 맛과 향, 모양을 지닌 음식을 도전했다. 그리고 2년 후 나의 남편이 된 K군과의 미식 여행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육아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온몸을 뒤덮은 날에 남편과 함께 미식 여행을 떠나면 어느 낙원도 부럽지 않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