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추억의 맛 04화

바삭한 불맛, 넷:치킨 런, 새가 된 러브 스토리

(치킨)

by 뽀롱마미

무겁고 끈적한 공기가 나의 마음속을 짓누르던 어느 여름날.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나와 그 녀석의 세 번째 연애가 종료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나의 마음속 주인은 무조건 그 녀석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그 녀석의 마음을 영원히 갖고 싶었다.

그 녀석의 최애 음식을 함께 먹으면 내 곁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오 백일은 여덟 마리의 치킨을 먹고 그 녀석은 나의 마음속을 떠났다.


우리의 첫 만남은 대학교 정문 앞 호프집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으로 만났다. 당시 총학생회 임원이었던 나는 술자리가 잦았고 자연스럽게 그 녀석이 있는 호프집에서 흥을 가득 채웠다.

그 녀석과 눈인사만을 건넨 지 두 달이 되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호프집을 갔다. 그 녀석은 환한 미소를 입가에 가득 머금고 과일 맛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면서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서로에 대해 낯섦에서 궁금해짐. 그리고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수줍은 미소로 나는 그 녀석의 손을 잡았고 우린 ‘사랑’이라는 울타리에서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애 경험이 없었던 나는 남자친구와 하는 데이트 등이 너무 낯설고 어색함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첫 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여겼던 그 녀석의 사랑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깊이 스며들었고 그 녀석의 향기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별 한 달 후, 나는 그 녀석에게 먼저 연락했고 치킨집에서 재회 한 우리는 두 번째 연애를 시작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우리는 타인이 설 자리도 없이 둘만의 공간을 뜨거움으로 가득 채웠다.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만났고 대학교 수업을 마친 후 서로에게 연락하며 “오늘 뭐 먹을래?”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데이트의 시작을 알렸다.

“치킨 어때? 치킨 먹고 싶어.”

그 녀석의 모든 것이 좋았던 나는 치킨도 마냥 좋았다. 학교가 끝나고 그 녀석의 자취방에서 매일 다른 맛의 치킨을 주문해서 먹었다.

"오늘은 어떤 치킨 먹을까?”

“오늘은 가볍게 프라이드 어때?”

음식 선택 주도권은 항상 그 녀석이 갖고 있었다.

그 녀석의 최애 치킨은 프라이드치킨이다. 사실 나는 양념치킨이 더 좋아했다. 그러나 그 녀석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참았다. 이게 사랑인 줄 알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치킨을 먹고 있는데 그 녀석의 한마디로 치킨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나는 치킨집 사장이 되고 싶어.”

그의 말 한마디에 나는 입가에 맑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외쳤다.

“그래? 그러자! 나도 너랑 같이 치킨 장사하지, 머.”

“너는 치킨을 많이 먹어봐서 맛있는 치킨을 잘 만들 거야.”

나는 당장이라도 빚을 얻어 그 녀석에게 치킨 가게를 차려주고 싶을 만큼 그 녀석이 좋았었다.

이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남을 지속했던 그 녀석과의 시간은 어느새 나에게 마음이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만남이 이 년 동안 지속되던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았던 나는 아프지만 오늘도 그 녀석을 만나야 했다. 그래야 나의 하루가 백 퍼센트 채워진 느낌이니까…

며칠 후, 이번에는 그 녀석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녀석은 나에게 연락해 오늘은 만나지 못할 거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안돼! 나의 하루를 백 퍼센트 채워야 한단 말이야.’라는 욕심으로 무작정 그 녀석 자취방으로 찾아갔다.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본 그 녀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는 아무 생각 없는 아이처럼 “치킨 어때?”를 외쳤다.

“네가 요즘 파닭이 유명하다며? 우리 오늘은 그거 먹자.”

그 녀석은 대학교 졸업 후 소방 업체에 취업했다. 사회생활의 거친 맛을 느끼게 된 그 녀석은 나에게 자주 혼자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녀석의 말을 듣지 않고 올곧게 나의 길만 걸어갔다.

“우리가 같이 있어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나지.”

그 녀석은 어느새 나의 이런 태도를 질려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울부짖던 그 녀석의 힘듦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관자가 되어버린 나.

매시간마다 주고받았던 메시지는 단답형에서 읽씹으로 바뀌면서 그 녀석은 나를 점점 세게 밀어내고 있었다.

본인의 변한 마음을 나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폭발해 버린 그 녀석은 일주일 동안의 잠적과 ‘헤어지자’라는 메시지 한 줄로 두 번째 이별을 알렸다.


이별 한 달 후, 그 녀석의 향기에 헤어 나오지 못했던 나는 그 녀석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그전까지 그렇게 연락받지 않던 그 녀석이 이번에는 오초 만에 나의 전화를 받았다. 이렇게 우리는 세 번째 사랑을 시작했다.

영원히 서로밖에 없을 줄 알았던 우리의 사랑은 재결합 육 개월 후, 그 녀석이 다른 누군가와 치킨 데이를 즐기기 시작한 이후로 세 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그 녀석과의 마지막 이별이 벌써 십오 년 전 일이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치킨만 보면 그 녀석이 생각난다.

‘치킨 사장님이 되고 싶다던 그 녀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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