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자전거를 제외하고 내가 꾸준히 하는 운동 중 하나가 바로 산책이다. 산책을 하게 된 이유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나의 병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나의 비타민D 수치가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이유였다. 선생님의 예시에 따르면 평균 비타민D 수치가 20인데 나는 그의 절반인 11 정도라고 했다. 그래도 하루 최소 20분씩 손과 발에 햇볕을 쬐다보면 금방 평균치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하셨다.
모든 비타민이라는 게 그렇듯 비타민D도 부족하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로 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에 걸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몸의 면역세포를 저하시키고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으며 비만과 당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 당시 현저히 낮은 비타민D 수치에 경각심을 느낀 난 틈틈이 햇볕을 쬐려 노력해 보았지만 실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쉽지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밥 먹고 쉬기 바쁘고 퇴근하면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으니 태양의 볕은 내게 너무 먼 당신이었다. 결국 비타민D 주사도 맞고 약도 챙겨 먹어 보았지만 수치상 1 정도 올랐을까? 비싼 돈 들인 것 치고 미미한 효과였다. 그리하여 차라리 햇볕을 열심히 쬐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창을 통해 투과되는 햇볕은 효과가 없다고 한다. 햇볕을 쬘 때 가장 중요한 건 피부에 직접 닿게 하는 것. 밖을 오래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면 이제 내게 양산은 필요 없는 게 된 셈이다. 햇볕이 닿는 면적을 넓혀야 비타민D 흡수율을 높일 수 있기에 팔과 다리를 더 걷으면 걷었지 가리는 건 내게 사치였다.
요즘은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양산을 쓰지 않나? 그래서 어느 날은 조심스레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햇볕을 너무 쬐면 피부암에 걸릴 수도 있나요?”
햇볕을 오래 쬐면 안 좋지 않을까를 돌려서 물어본 것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고민할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점심시간 잠깐도 햇볕 쬐기 힘들어했으면서 오래 쬐어 피부암 걸릴 걱정을 했으니 말이다. 나의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건 영국 공원에서 3시간 넘게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걱정할 문제죠.”
“아!”
간결한 대답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어찌 됐든 건강을 위해 산책이라는 것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엄마는 나의 산책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있어 나의 산책 행위는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던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내가 평소 산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로 휴대폰이나 컴퓨터, 책과 같이 가만히 앉아서 하는 활동만 해왔던지라 산책이라는 것이 비효율적인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저 멍하니 걷기만 하는 산책이라는 것이 재미도 없고 싫었다. 그래서 억지로 산책을 시작했을 적에는 모든 걸 비뚤 게 바라봤다. 도로의 자동차 매연이 거슬리고 사람들이 북적일 땐 부딪힐까 신경 쓰여 불편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혼자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와 함께 수없이 많은 산책을 하며 산책의 즐거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산책 도중 길가에 핀 들꽃을 발견할 때면 엄마의 눈은 생기 넘치는 어린아이처럼 빛이 났다. 손으로 만지고 코로는 향기를 맡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산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개를 들어 날씨와 구름의 모양을 감상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분홍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내려온다. 물론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마에게 산책길이란 전시를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내겐 그저 시시하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엄마의 산책을 따라가자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켜본 우리 엄마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의 초록과 노랑, 빨강을 선물처럼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이었다. 떨어지는 벚꽃의 꽃잎과 단풍의 잎사귀 하나가 당신의 친구인 듯 헤어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항상 곁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닌 것처럼 매일 보는 풍경이라도 똑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이 모여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 엄마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밖을 나오면 빨리 돌아갈 생각에 여유가 없고 바빴던 마음은 완전히 바뀌었다. 산책이 재미있을 수 있다니! 예전의 나라면 겉으로 이해하는 척해도 속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을 일이다. 만약 검사에서 비타민D 수치가 낮게 나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인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며 멍하니 걷기만 하던 산책에서 이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엄마가 사랑하는 자연을 나도 이제는 사랑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