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대리 Mar 27. 2024

강남 통근러의 기록 (1)   

왜 스타트업은 강남으로 몰리는가!?

2호선 역삼역에서 2번 출구에서 파이낸스센터 건물을 끼고 도곡로 방면으로 10여분 정도 내려가다 보면 <창업가 거리>가 있다.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에 위치한 스트릿, 그 창업가거리에는 스타트업 입주공간들이 쭉 즐비해 있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팁스 TIPS>로 불리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산실이 위치해 있다.


처음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와서 팁스타운 (TIPS TOWN *창업가거리에는 팁스타운만 6개의 건물이 있다) 건물만 수십 번 수 백번이 넘게 들락날락거린 것 같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의 각종 이벤트와 교육 그리고 각각의 액셀러레이터 운영 기관들이 기업을 선발하고 보육하는 곳으로 사용 중이니 이 세계에 들어왔다면 한 번쯤은 팁스타운을 들어보거나 방문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왜 강남일까!?





벤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2곳 중 1곳은 바로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 심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벤처캐피탈리스트와 액셀러레이터 기관들도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강남에 집중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강남구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 네트워킹, 인프라. 그 모든 것들이 강남에 갖춰져 있다. 


나의 주거지인 인천 검단에서 서울 강남까지 통근 4시간이다. 


운 좋게 이사한 공유오피스까지는 광역버스가 한 번에 가지만 그 한 번에 2시간이 소요된다. 6시 30분에 버스를 타더라도 9시 간당간당하게 도착하는 거리다. 퇴근길은 어떤가. 광역버스를 포기하고 지하철을 타자니 이곳은 5시부터 사람이 붐비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개찰구에서부터 지하철 탑승을 기다려야 하고, 만석인 지하철에서도 ‘이게 된다고!? 이게 가능하다고?’ 할 만큼 온 힘을 다해 몸을 구겨 넣어 퇴근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피부로 맞이할 때면 그야말로 인류애가 상실된다. 나보다 앞서 자리를 맡은 사람들이 제발 좀 일어나 주기를 바라면서 끝까지 일어나 주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앉아있는 사람도 역시나 어렵게 자리를 맡고, 본인이 가야 할 목적지까지 가는 것뿐임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리를 맡아놓은 것도 아닌데 왠지 분노가 차오른다.





지하철, 버스, 자동차 그 어떤 것에서도 강남 출퇴근 직장인에게 ‘여유’ 란 없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녹초가 된다. 이제껏 살면서 개찰구까지 지하철을 타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처음 본 곳이 바로 '강남역'이다. 이제는 지하도에 길게 늘어선 줄만 보아도 '오늘 퇴근도 험난하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나마 출근길은 조금 늦더라도 버스에 몸을 뉘이고 거의 기절하다시피 한다. 실제로 광역버스도 내가 탑승하는 플랫폼을 조금만 지나도 곧 만석이 되곤 하는데 대부분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만연하다.


이렇게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 하루 4시간, 1주일에 20시간, 1개월에 60시간 (주말제외, 주 5일 기준)이다. 이 시간을 고려한다면 근거리로 이직하는 것이 맞으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구) 회사들은 대부분 마포구에 위치해 있었기에 늘 내 통근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택시 타고 2-30분이면 집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강남에 입성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모두들 먹고살기 위해서 치열하게 산다는 말이 무엇인지 강남 출퇴근을 겪어본 사람은 피부로 느낄 것이다. 


수원, 이천, 남양주, 구리, 인천 등 경기도민의 강남 출퇴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한 편으로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확실히 마포구에서 회사를 다닐 때와 지금의 환경은 많이 다르다. 오피스의 환경도 그리고 복지와 임금 체계도 다르다. (케바케) 


게다가 이 강남 지역에서 스타트업 간의 네트워크는 단연 빠질 수 없는 중차대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 공식적 모임과 정보는 얼굴을 마주하고 주고받느냐, 전화와 이메일로 주고받느냐의 차이만큼 천지차이다.


그래서 임직원인 나 역시도 임대비용이 비싸더라도 그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강남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바이다. 마포에서 근무를 할 적에도 10번 중에 6번은 모두 강남에서 미팅이 진행되거나 행사가 운영되거나 계약이 성사되곤 하였으니 말이다. 


스타트업 세상에서 이제 강남구는 창업의 메카가 되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개발자는 판교로, 스타트업은 강남으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