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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Mar 22. 2024

잡플래닛에 올리려다가

나를 위해서 접어두었다

세상에 정말 많은 스타트업 혹은 기업의 현황과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플랫폼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나에게 가장 1순위 평판 플랫폼은 바로 <잡*래닛>이다. *광고 아님


여러 리뷰 중에서도 늘 써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회사 평판을 조회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거쳐왔던 회사에 대한 의견을 남기고 싶을 때에도 종종 들여다보는 편이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협업을 하게 된 기업의 평판을 조회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접속을 하였다.


여러 스타트업에 대한 평판, 물론 그 평판들은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없지 않아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는 건 맞다. 신뢰와 정직, 성실, 자기 계발의 상징이었던 한 대표의 회사 잡*래닛을 보다가 직원들의 악평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알게 모르게 해당 회사 대표에 대한 이미지가 급 추락하였다.




그러다 몇몇 회사들의 평을 보다가 갑자기 문득 나의 (전) 회사가 생각났다. 3점 후반대.


당시 회사에서 대표는 경영팀에 해당 평점을 관리하라는 명목하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평이 올라와 있으면 내부 조직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나는 그 이후로 절대 더더욱 잡*래닛을 100% 신뢰하지 않는다. 대기업도 아닌데 어쩌다가 작은 회사가 3점 후반대의 점수를 갖게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내부의 은밀한 작업? 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좋은 평들로 써져 있는 (전) 회사의 리뷰를 보다 보니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몇몇의 재직자와 퇴사자들과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지만 우스갯소리로 우리끼리의 '퇴사자 ( = 피해자) 모임'이 있을 만큼 정신적, 신체적 데미지를 선사한 곳이었다.


모든 회사가 다 좋을 순 없지만 특히나 어느 회사를 거치면서 ‘그 회사는 정말 최악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가 단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회사가 그러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는 회사를 고르는데도 좀 더 깐깐한 기준이 생겼고, 퇴사를 함에 있어서도 기준은 명확했다. 그 기준의 확립을 (전) 회사 덕분에 세울 수 있었다. 무심결에 리뷰를 남겨볼까? 하는 심정으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단 한 줄로 어떻게 그 회사를 설명할 수 있을까? 키워드는 많이 생각났다. 가스라이팅, 회사놀이, 철없는 대표, 에이전시 그 이상 이하, 주먹구구 등등. 하지만 반면에 내가 썼다는 것을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비겁하게. 나라는 걸 몰랐으면서도 이 회사에 대한 적나라 한 분개심이 드러나는 글을 써주고 싶었다.



(전) 회사에 대한 한 줄 평은 <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안으로는 가스라이팅으로 직원을 갈아 넣는 곳 >으로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관리하는 경영팀 입장에서도 (전) 회사의 대표 입장에서도 ’헉‘ 하며 범인을 색출하기 좋은 구절이었다. 장점과 단점을 줄줄이 쓰면서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금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려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키보드질을 멈추었다.



부질없다


딱, 그 한 마디가 내 머릿속에 박혔다. 부질없는 짓이다.


이렇게 글을 남긴다고 해도 내 속은 시원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찝찝할 것이다. 나는 해당 창을 모두 닫았다. 상처를 준 사람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더 오래간다. 하지만 그 상처를 계속 곱씹고 있는다고 해서 내가 나아지는 방법은 없다. 오히려 과거의 분노만 더욱 키워 앞으로 못 나갈 뿐. 의미를 둘 필요도, 의미를 가질 필요도. 그럼에도 불쑥불쑥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마다 나는 잠시 힘을 뺀다.


무의미하다.

내가 잘 되는 일도 아닌데, 이러한 사사로운 일에 내 감정을 태우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나는 오늘도 리뷰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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