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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Jul 07. 2024

조장이 되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문자 한 통의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축하합니다. 이번 00기 조장이 되셨습니다 소울대리님!' 


그 문자 한 통에 잠시 일을 멈추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세상에, 내가 조장이 되다니! 설렘이 아닌 걱정 100% 그리고 부담감 200%가 나를 짓누르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저 조장 못해요! 당장 바꿔주세요!' 를 외칠까 말까를 수 백 번 고민하다가 어영부영 퇴근 시간이 되었고 조장 변경에 대한 요청 시간도 지나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조장이 되었다. 


제...가 조장이 되었네요?



4월,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헛헛한 마음에서였을지 아니면 더 이상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일지 그 어떤 이유이건 간에 나는 부동산 공부를 내 자기계발 공부로 택하고 매 월 프로세스에 따라서 강의를 결제하고 들었고 과제를 수행했다. 


첫 조모임을 편성받고서 '부동산' 이라는 키워드로 모인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다양한 사람들과 한 조가 되어서 4주 주말을 같이 보낸다는 일이 나에게는 참으로 어색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 첫 조가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얼떨결에 집주인이 되었고, 얼떨결에 내가 집을 잘 구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남은 여생을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때 아닌 고민이 시작되었던 2024년의 봄이었다. 


그리고 봄의 끝무렵 듣기 시작한 강의로 나는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부린이로 살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3개월 동안 연속해서 강의를 듣고 조 모임을 하다보니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부동산의 'ㅂ' 정도가 눈이 띄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남은 3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 지도 조금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절대 강의를 들으라는 광고의 글로 작성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총 4번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늘 조원이었고. 조장들의 요청에도 참 불성실하면서도 할 건 다 하는 조원이었다. 소울대리라는 닉네임과 달리 나는 참 소울이 없는 T형이자 J형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조장들이 나를 대하기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조장이 되다니. 나에게는 참으로 막막하게 다가왔다. 


어영부영 나와 같이 원치 않게 조장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조장들은 조장 나름대로의 단톡방으로 초대되어 곧 만나게 될 조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지 서로서로 고민하였고, 나와 같이 '부담된다' 는 식의 마음으로 걱정을 하는 조장들도 많았다. 우리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었고, 곧 다가오는 조원들과의 만남을 준비했다. 


그렇게 다가온 첫 번째 오리엔테이션이자 조원들과의 첫 만남. 

나는 땀 한바가지를 흘렸다. 


나이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심지어 부동산 지식과 경험의 수도 달랐다. 우리 조원들은 열의가 매우매우 넘쳤고, 심지어 수강 이력도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거의 첫 모임부터 나는 조원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기에 바빴다. 어찌나 태연한 척을 하려고 애썼는데 1시간 오리엔테이션이 끝났을 때, 내 몸은 땀범벅이 되어 등줄기에 흐른 땀으로 티셔츠가 축축했다. 


긴장의 첫 조모임 

회사가 아닌 자기계발 차원에서 나이, 성별을 떠나서 한 가지 공통된 목표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실력' 으로 승부한다. '전에 강의에서는 이런게 있었는데, 이렇게 하지 말라더라' 혹은 '내가 알기로는 이런 것들이 있어서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더라' 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밝히지 않았고 오로지 부여받은 한 달 동안 우리의 조모임을 어떻게 잘 성공할 수 있을지에 의욕을 불태웠다. 


첫 조모임을 끝내고 나는 다시 한 번 막막함을 내뱉었다. 다만, 힘든 첫 만남이 끝나고 이상하게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공하고 느끼는 희열감과 보람과는 다른 느낌의 뿌듯함도 맛볼 수 있었다. 어영부영하더라도 새로운 사람들과 부동산이라는 하나로 묶여 4주를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매 주 부여되는 과제를 어떻게 잘 끝낼 수 있을지가 우리 8명의 공통된 관심사였고 목표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대리로. 

회사 밖에서는 부린이이자 조장으로. 

나는 지금 서른 넷의 나를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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