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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Sep 02. 2024

드라마는 소설이지만,
현실은 리얼이라서 더 슬퍼요

SNL 코리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가 바로 MZ 오피스이다.


웃프지만 어떻게 저렇게 디테일하게 현실속에서 벌어질까 말까한 일들을 묘사하는 지 보다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그 끝은 쌉싸름하다 못해 맵다. 정말 그것이 현실일까? 싶지만 현실은 더 하다. 



그럼 ... 도대체 왜 지원을 했어요?!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젊은 꼰대라는 것에 반기를 들지는 않겠다. 수긍한다. 정말 내가 취업을 준비할 때에는 정말 절실했다. 


그리고 그 절실함에 증표는 스펙이 아니라 자기소개서였다. 회사에 맞춤형으로 자기 소개서를 매일 새롭게 썼고, 그 회사에 대한 뉴스 기사 한 줄이라도 분석해서 어떻게든 내가 '이 회사에 애정이 있다!' 라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요즘 지원자들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보다보면 당황스럽다. 물론, 이전 지원한 회사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낸 것은 이제 귀여운 실수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이력서 칸에 알바사이트에서 캡쳐한 아르바이트 이력하나 달랑 내고, 자기소개서는 알 수 없는 지도 이미지를 넣거나 혹은 엑셀 시트에 숫자만 가득한 화면을 넣거나 (도대체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도대체 왜 이런 이미지 혹은 파일을 넣었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이해할 수 없는 지원자들이 참 많다. 


혹시나 실수를 했을까 싶어 친절히 재제출을 하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10 명중에 9명 모두가 이렇다. 


'어떤 걸 다시내요? 이력서 양식 없는데.. 어떤 식으로 내요?' 어디서 부터 설명을 해주어야할까? 간절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모르고 싶은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설명을 해주면 해준다고 설명을 안해주면 안해준다고 난리다. 심지어 자신의 포지션 조차도 모르고 지원한 지원자도 꽤 많고,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른채로 구인활동을 하는 지원자도 참 많다. 그리고 그들에 가려져 정말 절실한 지원자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당신도 회사의 '대표' 입니다. 


2년 전부터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딱 하나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해당 회사의 대표님은 매일 일크드인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하고, 올바른 가치관의 신념을 매일 글로서 표현하고 계신다. 심지어 난 그 분의 구독자이자 찐 팬으로 5년 넘게 그 회사의 초창기 시절부터 꾸준한 응원을 해왔다. 연초에 이직을 준비하며 나는 운 좋게 그 회사에 커피챗으로 인사 담당자와 면접을 진행했고, 실무진 면접까지 진행하였는데 실무진 면접에서 떨어졌다. 제안 과제도 몇 날 몇 일을 해갔는데 결국은 탈락하고 '아, 내가 아직 부족한가보다' 싶은 마음으로 씁쓸히 돌아서서 지금의 회사에 이직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나의 부족함으로 느껴졌으나 협업한 이후 내가 본질적으로 떨어진 이유가 '능력' 이 아닌 '학벌' 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다소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동경하던 회사와 '협업' 할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누구보다 오랜만에 의지가 넘쳤다. 실무 담당자에게 '저, 선생님 회사의 팬이에요!!' 라고 말할 뻔했다. 그런데 같이 협업을 해보니 오늘은 '알겠습니다' 라던 실무자가 내일은 '근데 왜 그렇게 되는거죠? 근거를 가져오세요. 전 이해못하겠는데요? 저희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하잖아요' 였다. 그야말로 말은 계속 바뀌고, 규정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약속된 데드라인까지 어기며 자신의 회사 입장만을 고수하자 결국 우리 업무에는 차질이 생겼다. *갤럭시 녹음기능을 정말 유용하게 잘 사용했던 시기였다. 꼭 말이 바뀌는 담당자와 소통할 때에는 녹음과 메일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는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 시기였다. 

 

결국 우리 회사 내부에서는 담당자 교체와 함께 이후 빈번한 문제 발생 시 해당 회사와의 계약을 종료하는 것까지 고려하게 되었다. 지침 자체도 '앞으로 해당 회사에 다 맞춰주지 말 것' 이라는 대표님의 지시도 내려왔다. 회사의 문제였을까? 담당자의 문제였을까? 우리 모두 직장인으로서 '까라면 까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나는 이번 협업을 통해 그 기업을 응원했던 마음을 고이 접었다. 


아무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겉으로 존경받는 회사라도 결국 같이 협업하는 기업에게 실무자가 하는 행동에 따라 해당 기업은 최고가 될 수도 최악이 될 수도 있다.


기분나빠서 저 퇴사할래요 


당해보지 않은 담당자는 모른다. '기분이 나빠서 퇴사'를 하기도 하는 웃픈 이 이야기를.. 


최근에 인턴 한 명이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했다. 입사를 앞두고 몸이 안좋다던 인턴 예비자에게 진단서를 가져오라는 안내를 하였는데 갑자기 '기분이 나쁜데요? 저 의심하시는거에요?' 라는 워딩을 받고서 잠시 벙쪘다. 의심이 아니라 당연한 절차를 이야기하였고 심지어 화날 타이밍이나 뉘앙스가 전혀 없어서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워 이해를 위한 통화까지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진단서를 끊으면 비용이 발생하니 오히려 비용을 주면 진단서를 끊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30분가량 실랑이 끝에 진단서는 추후에 제출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제출하지도 않았고 출근도 하지 않았고 바로 퇴사를 했다.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 ?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회사생활을 그려내는 요즘 인터넷 속 이야기들을 보면 마냥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 


직장인들 커뮤니티만 보더라도 '정말 이런다고?' 싶은 이야기들이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다. 눈을 감고 뜨면 세상 뉴스들도 그렇다. '어떻게 이런일이!?' 그런 이야기들이 결국 픽션의 모티브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가 그 픽션을 보면서 하하호호 공감대를 자아내며 웃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픽션보다 더 하다. 결국 20초 보고 웃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웃프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요지경이다. 

정말 없을 것 같죠? 현실은 더 합니다.

이해하지 못할 일에 목숨걸고 '왜?' 라고 하는 대신에 '그러려니' 정신으로 버텨보아요. 

그럼 훨씬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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