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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키베리 Oct 30. 2022

2일차: 여리일기3

여리일기 3.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던 학생 시절 할인 티켓을 사겠노라 길게 줄을 섰던 브로드웨이!

뉴욕에 가게 되면 누구나 뮤지컬 한편 정도는 볼 계획을 세울 것 같다.

여행으로 찾게 된 새로운 도시에서 다른 나라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게 하는 특히 넉넉지 못한 학생들의 돈까지도 긁어모을 수 있는 문화적 파워가 있다는 게 그때 나 지금이나 부러울 따름이다.


트랜짓으로 얻게 된 2일간의 하노이 여행에서 우리는 탕롱수상인형극장을 제일 먼저 선택을 하였다. 내용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공연장으로 외국 관광객인 우리 가족을 끌어들였으니 하노이 또한 멋진 공연문화를 가졌음에 틀림없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탕롱수상인형극장을 향하였다. 역시나 도로를 점령하듯한 오토바이 부대들이 정신을 쏙 빼놓았다.

관광버스들이 눈에 띄어 혹시나 표가 매진되었으면 어떡할까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 우리 세명 정도는 기꺼이 환영할 공간이 비어 있었다.


호수의 도시라 불리는 하노이!

수상공연이라는 테마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잘 어울린다. 

비록 내용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같은 한자문화권이었기에 연주되는 악기, 복장, 무대 등 우리네 전통 공연을 보는 듯 편안하였다.


공연을 재밌게 본 후 밖으로 나와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처럼 너무나 조용했다.

차와 오토바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분수가 짠~ 하고 나타나고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말에는 이곳이 차 없는 거리로 변신을 한단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운 좋게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여유롭게 거닐 수 있게 되었다.

고된 일주일을 끝마친 사람들이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모여들어 빵 거리던 차와 오토바이들을 대신하였다. 호안끼엠 호수는 그들의 피곤함을 모두 받아주는 듯 편안하고 안락하였다.


하노이에서는 한두 끼 밖에 먹을 수 없는 짧은 일정 상 베키가 심혈을 기울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추천한 분짜를 먹게 되었다. 어떻게 먹는지 몰라 이리저리 눈치를 보니 주인분께서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숯불에 구운 고기를 왜 물에 적셨을까 의아해했지만 먹어보니 궁금해할 필요가 없이

모든 조합이 다 마음에 들었다.

상큼이가 좀 더 컸으면 식사 후에 하노이 맥주 거리에 갔었을 텐데 그곳은 다음을 위한 여백으로 남기기로 하였다.


네온과 불빛이 걷힌 아침의 호안끼엠 호수 또한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다음에 꼭 여유롭게 방문하고 싶게 만들며 말이다.


노천카페 마냥 테이블이 밖에 나온 곳들이 많아 마치 유럽의 어느 곳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프랑스와의 슬픈 역사 때문이겠지만 이질적이지 않게 나름의 모습으로 잘 정착한 것 같다.


공산국가라면 어릴 적 교육 때문인지 으레 경직된 모습이 먼저 상상이 된다.

종교 또한 국가에서 통제할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하노이 성요셉 성당 보면

경직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다는 게 느껴진다. 공산국가임에도 종교의 다양성이 존재하고 천주교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게 당연한 듯 말이다.


호안끼엠호수 주변이 차 없는 거리로 변신을 해주어 너무 행복한 이틀을 즐겼는데

공항으로 돌아갈 때는 버스정류장에 차가 들어오지 않아 정말 묻고 또 묻고 헤매고 또 헤매고 하여 다섯 정거장 넘게 걸어 공항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한 달이라는 여행을 막 시작하였는데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놓칠까 싶어

정말 정말 노심초사를 하며 말이다.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후 긴장이 풀렸는지 에티켓이고 뭐고 간에 노숙자 마냥 의자에 그냥 쓰러져 누워버렸다. 

아빠가 그러거나 말거나 상큼이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당 충전에 열중을 하였다.

상큼이 아이스크림 한 입 얻어 먹고 드디어 방콕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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