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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미 Apr 20. 2024

이제는 사이좋을 때도 됐잖아,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음





그렇게 8개월 간의 교육이 끝나고 다음 해 1월에 바로 취업을 하게 됐다. 사실 마음 같아선 교육 하나를 더 듣고 싶었는데, 단비가 계속 눈치를 주기도 했고.

(언제까지 놀 거냐, 돈 언제 갚을 거냐 무한 레퍼토리..) 나도 더 눈치 보기 싫어서 빨리 취업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근데 문제는, 그 직장이 나와 맞지 않았다는 데서 또 시작한다..




분명 입사 후 한 달 동안은 영상편집 업무를 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튜브 대본과 블로그 1일 2 포스팅 및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내가 배운 영상편집과 디자인 툴을 다 활용할 수 없다는 데에 한계를 느꼈고. 먼저 상급자와 상의를 했었다. 원래 입사했던 업무와 너무 다른데 다시 업무 분장을 해 줄 수 없겠냐고.




지금 당장은 어렵고, 유튜브 채널이 확장되어 구독자가 10만 명이 됐을 때쯤 가능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원하는 업무를 하고 싶으면 열심히하라는 눈치와 함께. 사실 내가 쓴 유튜브 대본으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는 걸 봤다면, 나도 조금 더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10만이 무슨 한두 달 만에 되는 건 줄 아시냐고요ㅠㅠ)




근데 내가 쓴 대본을 써먹어줘야 말이지.. 나는 하루에 대본을 1편 정도 쓰고 있었는데, 정작 촬영하는 건 본인이 직접 쓴 대본만 촬영을 하더라. 내가 쓴 대본은 한 달 넘게 밀리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또 한 번 면담을 요청했고, 3월까지 일해보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분은 나와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나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회사에 남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뭣보다 내가 단비에게 눈칫밥 먹으며 매운 영상편집과 디자인 능력을 활용할 수 없다면, 내가 작년 동안 배움에 쓴 시간이 너무 덧없지 않은가.








잘 조율되지 않아 결국 직종 변경 후 첫 이직한 회사를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단비는 그냥 버티라고 말했지만, 난 3달 내내 버틸 수 없다고 말했고. 내 노력이 통했던 건 아니었지만, 단비는 3달 내내 똑같은 얘기를 하는 나에게 지쳤던 것 같다. 진짜 사람 일은 이렇게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동거를 시작하자마자 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몰랐지만, 8개월 만에 취업한 직장을 3달 만에 그만 둘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때는 바로 취업 준비해서 4월 한 달 만 쉬고 5월에 입사를 하게 됐는데, 우습게도 10개월 만에 회사에서 잘리게 된다. 난 분명히 1년을 버틸 마음으로 입사를 했는데, 퇴사든 해고든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




동거 시작 후 1년은 너무 지옥이었고, 1년은 제법 안정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 중소기업 청년 대출 연장을 앞두고 있었는데, 중소기업 재직 중이 아니면 버팀목 이자율인 2.4%로 이자율이 변환되면서 납부해야 할 금액이 늘어나게 됐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 때문에 원래 대출 실행일은 2월 말이었으나 대출 연장은 3월인 한 달 뒤였다. 회사를 2월에 잘렸으니 이렇게 억울할 데가 없었다.




단비는 대출 명의를 본인 명의로 바꾸면 되지 않겠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만 하고. 나는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한 단기 알바를 찾아봐야 하나? 아니면 급하게 아무 데나 취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 바빴다. 아니 올해만 잘 넘어가면 어차피 내후년 연장할 땐 빼박으로 버팀목으로 변환될 대출인데, 왜, 하필 올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삼재는 없다더니 이 정도면 삼재가 있다고 믿고 싶을 지경이다.




회사에서 잘리고 집에 온 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퇴근한 나에게 단비는 벌컥 화부터 냈다. 내가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을, 내가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사람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자를 거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놀라고 황당한 건 난데, 왜 화는 지가 내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난 서럽게 울면서 속상한 건 난데, 왜 나한테 화를 내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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