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미 May 04. 2024

집안일 어떻게 할래?

동거 후 최대의 난제




집도 가전도 해결하고 동거 시작 후 제일 먼저 부딪힌 문제는 '집안일'이었다. 요리, 빨래, 청소로 먼저 카테고리를 나눴는데 단비가 하는 빨래와 청소가 내 기준에 만족스럽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요리는 단비가 나머지는 내가 하게 됐다. 쓰레기 통은 같이 비우거나 내가 비워두면 단비가 담배 피우러 나가면서 버린다. 분리수거는 대부분 단비가 담배를 피우러 가면서 버려주는 편이다. (물론, 아닌 날도 많다.)




주방 청소는 단비에게 맡겼는데, 종종 참을 수 없을 때가 되면 내가 쉬는 날 미리 해놓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지내도 크게 불만이 없었던 건, 나는 혼자 산 기간이 꽤 길었기 때문에 습관이 형성되어 있어서 내가 조금 더 많이 한다고 해도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수인 기간 동안은 요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집안일은 거의 내가 했다. (요리를 남겨둔 건 그거라도 단비가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안일 중에 제일 자주 다투는 문제는 빨래 개기인데, 건조기를 구입하고 나니까 빨래를 개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건조기가 없었을 땐 빨고 널면 하루 이틀 뒤에 마른빨래를 정리하면 됐는데, 건조기가 생기니 빨래도 빨래 정리도 당일 다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2년 정도는 빨래를 돌리면 그날 바로바로 정리를 했는데, 이젠 다음날 정리하기도 한다.




단비에게 도와달라고 할 때도 있는데, 내가 저녁도 했는데 왜 빨래도 개야 해?라고 말할 때가 있다. 내 기준에서는 단비가 요리'만' 한 거지만, 단비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빨래를 돌리게 되면 본인은 오늘 요리도 했고 주방도 정리했는데 빨래까지 개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내가 백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내가 정리를 하지만, 일할 때는 나도 평일 내내 일하고 청소했는데 빨래 정돈은 같이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현관 옆에 바로 서재 겸 옷방이 있는데, 날이 추워지면 단비는 꼭 그 방에 겉옷을 둔다. (단비는 흡연자다.) 작은방 창문은 잘 열지 않는데, 비둘기가 자주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버드스파이크를 설치하기 전에는 컴퓨터 하러 책상에 앉으면 비둘기와 눈 마주치기가 일상이었다. (덕분에 비둘기가 끔찍하게 싫어졌다.) 환기가 안 되는 방에 담배 냄새에 찌든 옷을 놔둔다? 그럼 책상 옆에 있는 옷들에도 냄새가 밴다는 말이다.




베란다에 걸어두라고 수백 번은 말했지만, 문 옆에 옷을 놔두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에 단비는 자주 내 말을 무시했다. 비둘기 문제로 환기를 못하게 되자 이제는 베란다에 걸어두는 편이다.




또 하나의 사소한 일들을 나열하자면, 화장실에 손비누를 자동 손세정제를 사용하는데 리필을 채운적이 없다. (동거 3년 차다.) 주방 세제 리필은 딱 1번 내가 시켜서 겨우 채웠다. 치약도 본인이 바꾼 적이 없다. 힘이 좋아서 그런가 다 쓴 것 같은 치약을 계속 짜서 쓴다. 신기하다.




설거지를 하고 나서 그릇 정리를 안 한다. 찬장에 넣는 것도 안 한다. 정리는 거의 내 몫이다. 왜 그렇게 진열을 해놓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키는 본인이 더 크면서. 태생부터 정리라는 걸 할 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난 사람 같다.








내 기준, 집안일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도저히 맞춰지지 않는 부분들이 생긴다. 단비는 물건을 제자리에 놓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그래놓고 다음엔 "포미야~ OO 어디 있어~?"라고 버릇처럼 물어본다. 어렸을 때 아빠는 엄마 없으면 못 사는 걸까?라고 생각했던 삶을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둔 자리에 물건이 없고, 본인이 쓰고 아무 데나 갖다 놨는데 그걸 찾아야 하는 인생이라니?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처음엔 매일 잔소리를 달고 살았다. 단비도 참다 참다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를 왜 니가 하느냐며 화를 냈던 적이 있다. 차라리 본가에서 지낼 때가 편했다며.




이렇듯,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 한 발짝 양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 08화 결혼은 절대 못하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