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던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어른이 되면,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스무 살이 넘으면 남이다,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겠다. 와 같은 말을 자주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스무 살이 넘으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서른이 넘은 지금도 나는 내가 어른인지 모르겠다.
주변 지인들과 대화를 해봐도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뭘까?
어릴 땐 스물여덟이면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서른둘이 되면 내 명의의 집과 차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물다섯인가 여섯인가. 보이스피싱을 당했을 때 엄마가 지원을 해주시면서 이 정도 금액으로 인생을 배운 거면 싸게 배운 거라고 했다.
그때도 난 어른이 되고 싶은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익이 되는 3가지 일을 병행했다.
나를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전혀 불만은 없었다.
근데 사기를 당하고 나니까 정말이지 인생이 너무 허무하고, 허탈하고.
이런 삶을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졌다.
종종 그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그때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좀 달랐을까?
SNS에는 좋은 모습만 올리는 거라고 하던데.
늘 행복한 사람들이 주변에 차고 넘쳤다.
근데 눈을 뜨면 출근을 해야 하고,
이번 달 대출 이자를 상환해야 하며 각종 공과금, 보험료, 핸드폰 요금 등.
숨만 쉬어도 돈이 새어 나갔다.
스물셋부터 매일 하는 생각은, 숨만 쉬면 돈이 나가는 거구나.였다.
그때부터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
그냥 숨을 쉬고 있으니까 살았다.
부모님께 불효는 하고 싶지 않아서 버텼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면서 살지 않나?
어른이 되는 것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게 먼저이지 않나?
남들이 흔히 말하는 '어른'이라는 존재는 허상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어른'이라 불릴 수 있는 나이가 되지만,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도 이 사람이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구나.
라는 게 느껴져야 하니까.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봐도 내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니까.
그런 의미로 요즘 나의 행복은,
운동 가기 전 아샷추를 사 가는 것이다.
행복은 별 것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