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졸업 후 첫 번째 전환점
대학원을 다니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3개의 일을 했었다.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카페 아르바이트.
어떻게 그렇게 살았냐고?
나도 모르겠다. 정신 차리니까 그렇게 살고 있더라. 그 생활을 유지하면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논문 막바지에는 3주 동안 하루에 2시간, 많게는 3시간 정도 자면서 논문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람이 사는 게 아니었지만 일을 쉴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어쩌면 객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간단했다. 기간제 교사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되지 않아서 수업하는 요일 외에 가능한 집 근처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고, 그게 카페였다.
그냥 카페 아르바이트가 해보고 싶기도 했었고, 집에서 멀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걸어서 10분 거리. 시간도 급여도 마음에 들었었다(많이 준 건 아니고 당시 최저시급이었다). 목요일, 금요일은 오픈이었고 토요일, 일요일이 마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벌써 7년 전 일이라 확실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카페 아르바이트는 보통 경력직을 뽑는데, 운이 좋게도 당시 점장님께서 내 밝은 성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건 일하고 몇 달 뒤 해준 얘기지만, 내가 모태 통통인데 그런 몸에 비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전에 뽑았던 나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졌던 아르바이트 생이 게을렀던 경험이 있어서 고민했었다고.
이런 얘긴 굳이 나한테 왜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카페에 근무하고 몇 달 지나고 나서 목요일 오픈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른 요일보다 1.5배에서 많게는 2배 정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그냥 우연이겠거니. 싶었던 일들이 몇 달씩 반복이 되자 대표님이 신기해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몇 번이나 내가 근무하는 시간에 매장을 보러 오셨었다.
그래서였을까. 근무하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내가 대학원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다고 점장님께 말씀드렸다. 그때 점장님께서 대표님께 보고 후 근무시간은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급여를 올려주고, 매니저로 진급을 시켜줄 테니 조금 더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이 일은 나의 자존감을 꽤나 올려준,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또 그렇게 1년을 정도를 채우고 나니까 이제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져서 그만두고 싶어졌다. 직급만 매니저였지 월 백만 원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계속 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대학원 전공을 살릴 생각도 없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 입사하거나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대표님이 직접 면담을 하자고 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지점은 점장님이 계시니 점장 자리 티오가 있는 다른 지점으로 발령(?)을 내주겠다고. 지금 근무하는 지점은 대표님 직영점이지만 새로 가게 될 지점은 가맹점이기 때문에 직영점보다는 점장 급여가 높을 거라는 꼬드김은 덤이었다.
나는 그렇게 카페 근무한 지 1년 만에 점장을 달았다.
그때 나는 내가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실상은 내가 바지 사장처럼 매장에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만 했다. 월급은 대표님이 말씀해 주셨던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았다. 점장 수당으로 10만 원인가 15만 원을 최저 임금에서 더 줬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프랜차이즈 매니저들보다 적은 금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