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들어오는 입구를 넓히는 법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 혼자 저녁을 먹었다. 평소에는 마라탕만 주문해서 먹었더니, 마라탕은 저렴한 음식이라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을 하길래, 이번에는 큰맘 먹고 마라상궈를 시켰다. 16,900원. 저녁으로 먹기에는 볶음요리가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친구의 매출을 위해 카드를 긁었다.
"오늘은 마라상궈 먹어? 공깃밥 줄 테니깐 같이 먹어봐"
"밥? 안 줘도 되는데... 알겠어"
다이어트한답시고 평소 탄수화물은 안 먹는 나는, 대답을 얼버무리고 착석했다.
잠시 후, 내 눈을 의심했다. 흰 밥에 거무티티한 무언가가 있었다. 밥이 눌었나? 누룽지 부분인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밥솥 추 부분에 고인 갈색 밥물이 밥에 섞여 들어간 것 같았다.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하얀 쌀밥에 갈색으로 뭉쳐진 뭉글뭉글한 무언가에 비위가 상했다.
갈색진 덩어리가 비위생적으로 보였고
친구에게 이런 밥을 대접받으니 내 마음이 아팠다. 나는 너에게 이런 존재였던가.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몇 젓가락 먹다가 말았다. 마라상궈는 짜기도 하고 달기도 해서 공깃밥이 없이는 먹기 힘들었다. 공깃밥을 뒤적여 가며 조금씩 먹다가, 결국 식기를 반납하고 나와버렸다. 공깃밥은 시키지도 않았으면서, 서비스로 받은 밥에 빈정이 상해버렸다.
아이가 3살때 문화센터에서 만난 동네 친구로, 우리 동네에서 유일한 친구였다. 엄마들끼리도 동갑이고 말이 잘 통했고 낯가림이 심한 나와 달리, 사교성이 뛰어나고 인맥이 좋아 내가 늘 부러워하던 친구였다. 8년을 알고 지내면서 서로 밥도 사고 차도 사고 아이들 데리고 키즈카페도 가고, 감자나 고구마 등등 먹을 게 있으면 나눠먹기도 했다.
하지만식당을 열면서 과연 우리가 친했나 의구심이 들었다. 매출올려주려 몇 번 방문할때마다 내 돈 내고 사 먹었고 서비스라고 해봤자 리뷰쓰면 주는 음료수 두 번, 오늘 공기밥이 전부였다. 물론 나는 친구 식당 홍보글을 적어줬다. 아이들과 방문했을 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다. 서운함이 가실때쯤 또 방문했다. 친구니깐 . 그런데 오늘은 내가 친구에게 이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그동안 혼자만 친구라고 생각했나 하는 후회가 되었다. 분한 마음을 겉으로 따지지는 못하고, 카카오톡 친구 차단을 눌렀다. 더 이상 너와는 손절이다.
순간,
이런 식으로 손절한 사람이 몇인가 떠올려봤다. 내 주위에는 아직 연락하는 오랜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단 한 명도. 나에게 연락 오는 친구도 없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는 친구도 없다. 이런 식으로 서운한 게 쌓이면 마음을 정리하고 연락이 오더라도 싸늘한 답장으로 혼자 벽을 쳐 버렸다.
매일매일 무엇을 바꿀 것인지 생각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생각도 바꿀 수 있다. 자기가 잘났다는 생각을 버리고, 미워했던 사람도 용서해 보라. 집 안의 가구 배치도 새롭게 바꿔보라.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변화해야 한다.
- 돈보다 운을 벌어라, 김승호 -
이 구절을 떠올리며, 친구에게 치밀었던 화를 진정하고 소심하게 카카오톡 친구 차단을 풀었다.
친구에게 대접받기보다, 내가 먼저 대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몽글몽글한 갈색 밥 찌꺼기에 화내지 말고 내 다이어트를 도와줬다고 생각하자. 나는 남을 그렇게 대접하지 말고 친한 사이일수록 더 귀하게 대접하자. 내가 자영업을 한다면 손님 한 분 한 분을 귀하게 여기고 주방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직원들끼리 수다 떠는 소리가 손님들에게 안 들리도록 조심하자. 가게에선 손님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소곤소곤 속삭이듯 말하자.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는 상냥한 미소로 정성껏 인사하자.
친구야, 고마워, 너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 기분내키는 대로 친구차단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성급한 행동을 돌이켜 보게 되었어.
초운 김승호 선생의 말은 옳았다. 재수없는 행동은 본받지 말고 내가 늘 행동하던 태도를 바꿔야 하며 열정적으로 아름답게 행동해야 운이 쌓인다.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가꾸고 인맥을 쌓다 보면, 30 년 뒤의 내 모습은 지금과는 달라져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