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정당화 효과
제목을 정말 잘 지은 책이다. 나 또한 제목에 이끌려 구매했다. 내가 너무 애쓰고 사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면 애쓰지 않고 살 수 있는지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회사일로 스트레스받는 나를 위해 구입했지만, 독후감을 쓰려고 책을 다시 살펴보니, 며칠 전 있었던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이 떠올랐다.
[하루 수학 2장밖에 안 시키는데요]에서 썼듯이, 영어회화선생님과의 대화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다니기 싫어하는 학원을 안 보내는 대신, 하루 수학 2장씩 풀도록 '습관'을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 공부는 학생으로 당연히 해야 하고 학교 숙제도 없는 마당에, 학원도 안 다니는데, 이 정도는 아이들에게 필수학습이지,라며 내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하는 거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로 돈 벌지 않아도 된다 (과잉 정당화 효과)>는 글을 읽고 걱정이 되었다. 아들들은 아무런 보상 없이 하루 수학 2장을 푸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매일 꾸준히 수학 2장을 풀면, 토요일에 인근의 복합커뮤니티센터 청소년자율공간에 가서 1시간가량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줬다. 평소에는 집에서 게임을 할 수 없으나, 매일 숙제를 하면 토요일은 자유시간을 주는 것이다.
'과잉정당화 효과'란 우리가 원래 좋아하는 일에 보상이 주어졌을 때 오히려 흥미가 반감되는 현상이다.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을 하는 동기가 내재동기에서 외재동기로 바뀌어 더 이상 좋아서가 아니라 외적 이익을 위해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 대가를 받고 싶다는 외재동기로 그 일을 하는 경우라면 이익과 보상이 의욕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속된 후에 보상을 줘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처음에는 외부 요인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더라도 점차 그것을 내재 동기로 전환시켜 스스로가 원해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애쓰지 않는 기술> 차이 위 저 편저, 김수민 옮김-
지금 아이들에게는 수학 2장은 주말 게임이라는 외재동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습관에 불과하다. 수학 2장을 내재 동기로 전환시키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자 잉글랜드 영어회화선생님의 충고이다.
내 일로 보자면, 나는 '승진'이라는 외재 동기로 내 일을 대했다. 아직 일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승진이냐 자신감이 없지만, 같이 일했던 후배들이 줄줄이 나보다 직급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승진하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났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주말에 친한 차장님과 통화하면서 나의 승진은 모원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 말고도 승진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았으며, 학연, 지연, 빽 등등이 없으면 지역본부에서 승진자를 배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외재 동기가 사라지니, 일을 대충 해도 되지 않을까?
<백 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선생님께서는 자녀들에게 "평범하게 자라서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 해라, 가능하다면 주어진 분야의 지도자가 되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는 내 일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내 분야의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췄는가?라고 반문해 볼 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승진이라는 외재 동기를 따지기 전에,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거듭 나고자 하는 '내재 동기'를 키워야겠다고 다짐하며,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