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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Mar 01. 2023

견물 생심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혹시 전동공구에도 관심이 있으세요?”

“기계 다루는 건 잘 못해요. 전동공구는 좀 무섭더라고요”


수공구를 함께 사서 안면을 익힌 동기분이 물었다.


며칠 전 나무를 다루는 수공구를 함께 구입하러 종로 5가에 다녀왔다. 꼭 필요한 대패, 등대기톱, 실톱 대, 끌(6호, 9호, 15호), 직각연귀자, 쇠자, 검사망치 등을 샀다. 목공을 배우는 동기들과 함께 가서 알뜰하게 구입했다.


다음날 밴드에 디월트 체험관에 다녀온 동기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전공공구 다루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사은품도 푸짐하게 받아왔다 했다. ‘견물생심’이라고 가보고 싶었다. 마침 같이 가자는 동기가 생겨서 가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에는 독서회가 잡혀있다. 남편과 하우징페어 전시회를 오후에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다음날로 미루고 대신 전동공구 체험관에 갔다. 난 약속 장소에 5분 일찍 도착하려고 애쓴다. 남들을 기다리게 하는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도 독서회가 끝나자마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그런데 3호선이 연착이 되어 10분 늦고 말았다. 문자가 와 있었다. 지하철역이 아니라 체험관으로 바로 오라는 메모였다. ‘휴, 다행이다. 기다리는 일 없이 나만 조금 늦게 도착하면 된다.’


초행길이라 잘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대로변에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노란색과 검은색 보색대비가 눈에 잘 띠는 매장이었다. 체온을 재고 QR코드를 찍었다. 바로 줄자를 선물로 받았다. 방명록에 정보를 남기고 작은 수납함을 드릴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앞치마와 가방을 받았다. SNS에 올리면 미니공구함도 준다 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인스타그램에 어떻게 올리면 되는지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사진 한 장 올리시고 디월트 헤시태그 달아주시면 돼요. 그런데 미니공구함은 품절되었어요”


아쉬웠다. 탐나는 공구함이었는데... 인기가 많아서 어제 바로 소진된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인이 전동공구에 관심 있는지 물어봤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일찍 올 걸 그랬다. 그나마 작은 수납함을 조립해서 빈손은 아니다. 도장은 안 했지만 겉면을 매끈하게 다듬어서 나름 쓸 만하겠다. 체험을 마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오히려 더 편했다.


버스를 타고 남부기술교육원으로 향했다. 총무님 옆 자리에 앉았다. 버스 안에서 교육과정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예전에 이 강좌를 들어보셔서 잘 알고 계셨다. 지금 사용하는 공구들은 모두 반납해야 하지만 공구상자는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필기시험은 2년간 유효하고 실기는 5시간 동안 완성해야 한다. 평소 연습할 때 1시간 전에 마칠 수 있도록 해야 실전에서 완성할 수 있단다. 나무를 재단하고 치수를 재고 톱질을 하고 대패, 끌로 다듬어 껴맞추는 소품을 완성해야 하는 실기시험. 애초에 포기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전동공구 체험관에서 받은 작은 수납함이 눈에 띈다. 동기가 하는 걸 보고 샌드페이퍼로 다시 다듬었다. 드릴로 하면 이렇게 금방 완성되는데 우리가 하는 작업은 못 없이 만드는 방법이다.


사은품에 눈이 멀어 강남 체험관까지 갔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만났다. 나무를 다룰 때 꼭 필요한 장비들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었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조심해서 다루면 된다. 걱정도 조금 덜었다. ‘나도 어쩌면 할 수 있지도 몰라’ 작은 수납장이지만 결과물이 손에 잡히니 만들고 싶은 욕구도 더 생긴다.


‘견물생심(見物生心)’ 물건을 보니 마음이 생긴다.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마음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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