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간다는 것, 익숙해지지 않는 낯섦
이것은 나의 병에 대한 고백이고,
숨기고 싶었지만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던 마음의 기록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게 되었다. 갈 때마다 새로운 약이 추가되거나 기존 약의 용량이 조금씩 늘어났다. 매일 저녁 약을 먹고 잠드는 일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곧 익숙해졌다.
한 동안 나는 나를 어디까지 보여줘도 되는지 고민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면 한 달, 두 달, 혹은 세 달을 선생님과 낯설게 대화했던 것 같다. 사회에서의 내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병원에서조차 나는 아픈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병원에서 환자라고 지칭되었을 때 팔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내가 환자라고?'
병식(insight)이라는 단어가 있다.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인식하는 상태. 정신과적으로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과 감정, 행동의 의미와 원인을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회사에서 상담을 받고, 병원에서 진단명을 확인하고도 나는 나의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어쩌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저들이 잘못 알고 있어. 나는 아픈 게 아니라 단지 숨 쉬기 어려운 것뿐인데, 왜 나에게 이런 약을 주지? 내가 왜 환자 취급을 받아야 하지?'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지는 것 같았다. 뭐와 싸우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지는 것 같아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하지만 진료 중에 울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꾸역꾸역 눈물을 참고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펑펑 울어댔다.
한참을 병원에 다녔지만 수면제를 먹어도 잠에 들지 못했고, 항우울제를 먹어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이런 생각이 싹텄다. '지금 받고 있는 수면제를 잘 모으면 다르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마침 병원에 다니기 전 예약해 놓은 해외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고, 여행 전 마지막 진료에서 나는 3주 치 약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난 그 약뭉치를 챙겨서 오스트리아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