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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로봇 Oct 06. 2022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의 사색

삶이 의미 없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 

매일 반복되는 일상, 5분.. 아니 10분 간격으로 맞춰놓은 알람 두 개를 겨우 끄고 나서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는 아침. 어제 저녁 잠들기 전 생각했엇는데.. ('내일 아침엔 밥솥에 남은 밥을 꼭 데워서 먹고 가야지..') 

밥은 커녕 역시나 씻고 겨우 채비하기에 바쁜 출근 준비 시간 25분 


오늘도 여전히 강남으로 향하는 3호선 지하철에 몸을 집어 넣었다. 

평상시엔 생각이 많은 나이지만, 아침 출근길엔 그나마(?) 멍--- 하니 눈을 감거나 단순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하면 시간을 보낸다.  


연휴가 지나고 나서의 이틀째 출근이어서일까.. 아직 수요일밖에 아니라니 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며 문득 나는 지금 왜 살지? 라는 물음이 머리속을 채워버렸다.


우울증 증세를 의심해볼만한 대사인가? 아니.. 단어인가?


그렇다기보단, 난 어렸을때부터, 어리다는게 그러니까.. 20대 중반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나는 지금 어떤 방향으로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와 같은 사색을 좋아하기도 했고, 많이 했다.


내 인생의 암흑기와 같았던 사회 초년생 (첫 발령 직후) 시절을 지나고 직장인 7년차

모든 것을 다 아는것도, 모르는 것도 아닌, 크게 호들갑떨만큼 즐겁지도 그렇다고 바닥을 치며 매일 자책할만큼 괴롭지도 않은 요즘 부쩍 나는  살고, 무엇때문에 이 지겨운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지 에 대한 생각과 함께 아무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대학때 우연히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랐다. 


언제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모든것들을 선호하고 그런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 같은 내게, 현실의 세상은 가끔씩 아니다. 꽤 자주 조금 버겁다.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꽤나 여러번 합리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건들, 시간들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고, 그러다 그 끝엔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서) 나는 지금 왜 살지? 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카뮈는 원래 삶은 부조리하다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없지만 그렇다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왜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 약간은 냉소적인 이 구절을 보자마자 알수없는 안도감이 느껴졌을까


살다보면 나의 선의의 행동이 꼭 그에 맞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을 때도 많았고, 반대로 악인들의 삶이 불행한 결말로 마무리 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부조리라는 것도 어차피 상대적인 것 이라는데 그럼 내가 바라고 기대했던 것과 그 결과물에 차이가 있을때 난 그 상황이, 세상이, 내 삶이 부조리하다고 느끼며 무언가를 원망하고, 속상해하며 자책하다 제 풀에 지쳐 허무주의에 빠졌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조리'란 객관적인 수치로, 결과값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유형의 결과물이 아니라

어쩌면 내 기대가, 상상이 만들어낸 ,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닌 "삶" 그 자체일 수 있는건데....


내 마음 같지 않은, 내 기대 같지 않은, 내 생각 같지 않은 순간들에 실망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합리적인 어떤 미래를 향한 공허한 기다림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내가 느끼는 지금 이 삶이 , 이 하루가 그저 삶 그자체라는 걸 받아들이자고 다짐하며 사색이 끝날 즈음 마침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아침 가을 하늘이 맑았다. 

내 눈앞에 있는 오늘을, 매일을, 이게 그냥 삶이라고,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며 가벼워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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