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휴관일
공모전에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누가 본다고 일기 하나 쓰기를 바쁜 하루의 어느 시간을 내어서 정성 들여 쓰던 학창 시절이 그립습니다. 성인이 된 후로는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나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일기 쓰는 거조차 어려운 일이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부터는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도서관 가서는 책도 많이 읽고 작은 거라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너무 앉아있어서 걱정입니다. 요즘은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나면 괜히 나도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다가 서평집을 읽고 나면 소개해 주는 좋은 책들을 다 읽고 싶은 욕심에 평생 책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쓸 시간이 없을 듯 하니 책은 포기하는 게 맞는 거겠죠?(누구에게 묻는 걸까요) 핑계도 가지가지입니다. 글을 쓰기 위한 서재가 갖고 싶다가 책을 언제든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서점을 차리고 싶기도 합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짜장면 or짬뽕 중 고를 때 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민이죠) 먹는 욕심만 있던 제게는 큰 욕심이 생긴 겁니다. 우선은 지금의 것에 오늘에 집중해야겠죠. 언니의 큰 책상(식탁인가?)이 마음에 듭니다. 넓은 책상 위 주황빛 스탠드조명에 앞에 앉아 누군가의 서평집을 읽습니다. 나는 오늘도 내방 넓은 책상에 앉아 글을 씁니다(너무 거창하다. 헤헷) 아니 무언가 적는다가 맞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글을 쓰다가 보면 물 마시러 나가다가 설거지를 하고 울강쥐의 눈빛에 넘어가서 산책을 다녀오고. 다녀와 세탁기 소리에 빨래를 널고. 다시 앉아 집중 좀 할만하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됩니다. 아직은 내 넓은 책상이 도서관 작은 책상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도서관이 문 닫는 날은 엉망입니다. 오늘은 도서관이 쉰다는 이유를 핑계되고 내일은 무슨 핑계를 만들지 가끔은 글 쓰는 것보다 핑계 만들기 바쁜 거 같습니다. 가끔은 욕심과 핑계만 남아버린 나사 빠진 얼간이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내일은 나사를 잘 조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