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채우기 위해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생활용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을 소중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생활용품이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알지만, 그 가치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죠.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고,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펜이나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커피는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하죠. 나를 정말 아낀다면 나를 위한 진정한 소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할 물건에 가치를 알아주어야 합니다.
나를 위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는 수건 수납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돌잔치에서 받은 수건, 행사장에서 받은 답례품들이 수건 수납장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 수건들은 우리가 고심해서 고른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나의 것이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있는 대로 사용하는 것이죠. 수건을 받은 날짜가 새겨진 오래된 수건들은 어느덧 10년을 넘게 우리 일상에 남아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나를 위한 소비를 하지 않는 걸까요? 밖에서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옷이나 액세서리에 투자하지만, 정작 오랫동안 함께할 생활용품에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올해 여름, 고급 타월 브랜드 '테토' 수건을 한 장 선물 받았습니다. 고급 원단을 사용해서 흡수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부드럽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샤워를 마칠 때면, 테토 수건은 고생한 나를 위해 주는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비싼 수건을 왜 사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수건은 샤워를 하고 물기를 닦아내는 '용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물을 용도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소비의 경험이 생기면 물건의 가치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테토의 수건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수건은 물기를 닦는 용도를 넘어 소소한 행복을 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빨래 후, 다시 그 수건을 사용할 때까지의 기다리는 작은 기대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소비 경험으로 저의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매년 연초에 보험회사에서 받은 달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새 달력을 잘 보이는 탁상 위에 올려둡니다. 하지만 타인에 의해 선택된 달력이 우리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물건인지는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받은 거니깐', '공짜이니깐' 별다른 의심의 과정 없이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들어옵니다. 왜 달력은 1년 내내 옆에 두고 매일 보는 물건인데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는 걸까요?
'취향을 몰라서' 그리고 '소비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급 와인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백만 원을 들여 값비싼 와인을 사서 마십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은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의 가치를 알고, 그 경험이 주는 행복을 알고 있습니다. 와인을 즐길 때만큼은 몰입할 수 있고, 시간이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취향을 잘 알면 자신이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일생에서 개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해서 깊이 관찰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물에 의미를 담고,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배경과 역사를 알게 되면 가치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누구든지 취향을 알아가고, 일상이 소중해질 자격이 있습니다.